[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잇따른 악재에 원화 강세 둔화 우려가 더해지며 외국인들이 대규모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코스피 상승과 함께 원화 강세 기조가 지속되면서 누적됐던 환차익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는 외국인 매도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23일부터 2조3534억원을 순매도했다. 12거래일 중 2거래일을 제외하고는 연일 매도세다. 같은 기간 1조9887억원을 순매수한 기관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최근 강해진 외국인 매도 흐름은 IT 업황 우려에 달러 강세 흐름이 더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연초 이후 코스피 수익률은 원화 기준 22%인 데 비해 달러 기준으로는 35%에 달한다.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환차익에서만 두자리수 수익률이 누적된 상황으로, 원화 약세 전망으로 차익실현 현상이 뚜렸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달러 약세로 원화 강세가 예측될 경우 향후 환차익을 기대하며 매수하는 경향이 있지만, 반대로 원화가 약세로 돌아설 거란 전망이 우세하면 환차익 실현 욕구가 커진다.
달러화는 미국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영향으로 최근 들어 강세 전망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미국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상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시장은 연준이 향후에도 경기 호전에 주목하며 점진적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상대적으로 통화 완화에 무게를 두며 유로화 대비 달러화 약세 흐름은 둔화될 전망이다.
박석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저물가가 일시적 현상이라는 판단을 바탕으로 기존의 경기 회복에 초점을 맞춘 통화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ECB는 온건성을 강조하며 연준과 차별된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이러한 통화정책 속도 차이는 달러화 가치 회복으로 이어져 달러 강세를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화 약세 흐름은 IT 강세장에 다시 힘을 실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연말을 앞두고 차익시현에 나선 뒤 글로벌 증시에 비해 저평가된 코스피가 재차 주목받을 거란 전망이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벤치마크 지수로 많이 활용하는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는 달러 기준으로 연초 이후 45.1% 상승했기 때문에 차익실현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면서 "내년도 한국 IT섹터의 이익전망치는 전 세계 시장 대비 빠르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데 비해 한국 IT의 주가수익비율(PER)은 7.8배로 2015년의 저점을 밑돌고 있다"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한국 IT에 외국인의 관심이 다시 높아질 거라고 전망했다.
IT업황 우려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달러화 강세 흐름이 더해지며 외국인이 대규모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1일 뉴욕대 스턴경영대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 사진/뉴시스·AP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