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선거제 개혁 고리로 '탄핵연대' 나서야

입력 : 2017-12-10 오후 3:41:57
지난해 12월9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의결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본회의장은 환호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서 탄핵 찬성을 주도한 비주류 의원 30여명은 한 달 뒤 당을 뛰쳐나와 바른정당을 만들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한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은 ‘탄핵연대’로 묶였다.
 
1년이 지난 지금, 탄핵연대는 와해됐다. 지난 7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정 의장이 예산안을 표결에 부치려 하자 한국당 의원들이 강하게 항의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동참했던 바른정당 의원들도 내년도 예산안에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여야 위치만 바뀌었을 뿐 정치 지형은 탄핵 이전 여소야대로 회귀했다.
 
예산정국이 끝나면서 정치권의 다음 의제는 입법과 선거제도 개혁이 이슈가 될 전망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어쩌면 그 이후까지 이어질 의제다. 최근 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지도부에선 일제히 선거제 개혁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선거제 개혁을 고리로 탄핵을 이끈 탄핵연대가 되살아날 조짐마저 보인다. 이른바 ‘제2의 탄핵연대’다.
 
탄핵안 가결 직후만 해도 탄핵연대가 ‘개혁·입법연대’로 진화해 구체제와 단절하고 무너진 헌정질서를 재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다. 이제 만회에 나설 때다. 탄핵연대의 첫 번째 임무는 선거제 개혁이다. 선거제도를 고치는 것은 정당들이 고도로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다. 선거제 개혁을 고리로 정당 간 협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갖게 한다.
 
하지만 제1야당인 한국당의 저항이 완강해 여전히 선거제 개혁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한국당이 버티는 한 선거구제 개편도 정치권 논의에만 그치고 실제 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물론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선거구제 개편 방안이 모두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당의 득표수와 국회 의석수 간 비례성을 확보하자는 데 대해선 모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개헌 논의는 시간을 갖고 계속하더라도 정치권은 우선 선거제도를 뜯어고치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기 위해 탄핵연대의 주인공이었던 여야 4당이 지금부터 선거제 개혁에 대해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해 한국당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촛불시민들의 요구에 응답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나섰듯이 적극 나서야 한다. 선거제 개혁은 정치개혁, 국회개혁, 정당개혁을 견인할 우선과제이기 때문이다.
 
박주용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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