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방문 첫날인 13일 ‘난징대학살’ 문제를 자주 언급한 것에 대해 청와대는 “인류 보편적 감정과 정서 차원의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참석한 모든 행사에서 난징대학살을 거론했다. 첫 일정인 재중 한국인 간담회에서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이 격은 이 고통스러운 사건에 깊은 동질감을 갖고 있다”며 “저와 한국인들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아픔을 간직한 많은 분들께 위로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진 한·중 비즈니스 포럼 연설에서도 “사람은 누구나 존재 자체가 존엄하다. 사람의 목숨과 존엄함을 어떤 이유로든 짓밟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인류 보편의 가치”라며 “이제 동북아도 역사를 직시하는 자세 위에서 미래의 문, 협력의 문을 더 활짝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이날 노영민 주중대사를 공항영접 대신 중국정부의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식에 참석하라고 지시하는 등 각별히 신경썼다. 형식적 의전을 받는 것보다 대사를 주재국의 주요 행사에 참석시켜 실리를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난징대학살은 1937년 중일전쟁 때 당시 중국의 수도였던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이 저지른 대규모 학살사건이다. 중국에서는 30만 명 이상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몇만 명 정도로 피해자 규모를 축소하거나 극우세력의 경우 아예 학살이 날조된 거짓이라고 주장해 양국간 역사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일본에게 있어서 거북할 수도 있는 난징대학살을 문 대통령이 거듭 언급한 것은 다음 날 있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종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한·미·일 3국 동맹을 강조해 중국과 각을 세우려는 일본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마침 중국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추모행사가 있었기 때문에 문 대통령도 관련된 발언을 한 것”이라며 “처음부터 방중 날짜를 (추모식에) 맞춘 것도 아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한중, 한일 문제 등을 넘어서 인류 보편적인 상처에 대한 치유의 입장을 표현한 것”이라며 “사람과 생명에 대한 존중을 담은 발언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행사를 준비하면서 난징대학살 추모식이 겹치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문 대통령은 중국 방문 첫날 시 주석의 난징행을 확인한 뒤 ‘그렇다면 발언을 안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언급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반발이 있지않겠냐는 질문에 “그런 우려는 당연히 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중국이 이번 80주년 추모식을 ‘국가적 제사’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굉장히 크게 보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부연했다.
중국을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조어대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양국 기업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