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중국 2·3인자 만나 양국 경제·외교 관계회복 박차

리커창·장더장 면담…청와대 "정상회담 120점, 양국관계 점점 더 좋아질 것"

입력 : 2017-12-15 오후 11:03:37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중국 권력서열 2위 리커창 총리, 3위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 중국 핵심 지도부와 잇따라 만나 한·중 관계 개선의 박차를 가했다. 또 베이징 대학 강연 등 '공공외교'로 현지인들과의 소통도 놓치지 않았다.
 
전날 중국 권력서열1위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과 국빈만찬을 마무리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경제실무를 담당하는 리커창 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사드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분야가 많다”면서 “비록 중국 정부가 관여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사드로 인해 위축된 기업과 경제 분야가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리 총리가 적극 독려해 달라”고 직접적으로 사드보복 해제를 요구했다.
 
이에 리 총리는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그동안 중단되었던 양국 간 협력사업이 재가동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부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으나 투자환경이 악화된 것은 아니며 한·중 관계가 발전하면 한국 기업은 많은 혜택을 얻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의 한·중 경제무역 부처 간 채널을 재가동 요청에도 리 총리는 “경제 무역 부처 간 소통채널이 정지된 상태임을 잘 알고 있다”면서 “향후 양국 경제 무역부처 간 채널을 재가동하고 소통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 총리는 “어제(14일) 문 대통령께서 시 주석과의 회동을 했고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한·중 양국은 민감문제를 잘 처리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저는 한·중 관계의 미래를 확신한다. 왜냐하면 한·중 양국은 같은 방향을 보고 함께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민감문제는 ‘사드’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리 총리가 사드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문 대통령의 요청에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을 감안하면 향후 우리 기업의 중국 내 활동이 빠르게 정상화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리 총리와의 면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장더장 위원장과의 회동을 가졌다. 장 위원장은 우리의 국회의장에 해당하는 인사로 중국 입법 기관이면서 헌법상 최고 기관인 전인대의 수장이다.
 
장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양국 관계 회복 발전에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문 대통령의 방중 목적은 이미 달성됐다고 본다”며 “어제 시 주석과 문 대통령이 중요한 회담을 가졌고 한·중 관계의 공동 관심사에 대해 전면적이고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했다. 앞으로 (문 대통령이) 한·중 관계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덕담했다. 
 
문 대통령은 “한·중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서 많은 도움을 아끼지 않았고 특히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관한 한국 입장을 지속적으로 지지해주신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중국의 전인대와 한국 국회간의 보다 빈번하고 긴밀한 교류 소통이 필요한데 위원장이 그 점에 대해 더욱 더 각별히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에서 다양한 공공외교 활동을 펼쳤다. 오전에는 중국 최고 대학으로 평가받는 베이징 대학 강연에 나섰다. 강연 주제는 ‘한·중 청년의 힘찬 악수, 함께 만드는 번영의 미래’였으며 베이징대 교수와 교직원, 학생 300여 명이 강연장을 가득 채웠다.
 
문 대통령은 “중국과 한국은 근대사의 고난을 함께 겪고 극복한 동지”라며 “저는 이번 중국 방문이 이런 동지적 신의를 바탕으로 양국 관계를 한 차원 더 발전시켜 나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두 사람이 마음을 함께하면, 그 날카로움은 쇠를 절단할 수 있다는 ‘이인동심 기리단금’이라는 말이 있다”며 “한국과 중국이 같은 마음으로 함께 힘을 합친다면 한반도과 동북아의 평화를 이루어 내는 데 있어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베이징대 강연을 마치고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베이징 유리창 거리를 찾고 돌아오는 길에 전문대가를 둘러봤다. 청와대 측은 “중국 전통문화를 체험하며 한·중 인문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마련된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유리창은 천안문 광장 남서쪽에 위치한 문화거리로, 한국의 인사동과 같은 곳이다. 고서적·골동품·서화작품 상가들이 모여있다. 조선 후기 박지원·유득공·박제가 등 북학파 실학자들이 이곳을 방문해 책을 구매하고 중국학자들과 교류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날 있었던 문 대통령과 시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날 회담 점수를 묻자 “120점”이라고 호평했다. 다른 관계자는 회담결과에 대해 “CNN이 ‘리셋 앤 부스트’라고 평가했더라”는 말로 답했다. 미국 CNN의 “한·중 관계가 새롭게 시작돼 발전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보도한 것을 인용한 것이다.
 
경제분야 고위 관계자는 “98점”을 매겼다. 그는 “기대 이상이었다. 중국은 톱다운(Top-down) 방식이기 때문에 앞으로 점점 좋아질 것”이라며 “앞으로 두고보면 어제 회담의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고 자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중인 15일 오후(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자금성 앞 도로에 태극기가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충칭=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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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