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칭펑’과 ‘용허센장’ 시 주석과 교감하다

입력 : 2017-12-18 오전 6:00:00
우리나라의 국가이익은 미국이나 중국의 그것과 일치하지 않는다. 한국의 국가이익이 극대화된다면 미국이나 중국, 일본의 국가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 이웃하는 한국과 일본 중국의 이익은 그래서 수시로 충돌할 수밖에 없었고 자국의 국가이익 극대화를 위해 이웃나라를 침략하는 역사도 자주 있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문제는 우리에게는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국가생존을 위협하는 화급한 현안임에도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대결국면에서 던져진 주사위 게임 같은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가 애써 북한 핵이 겨냥하는 첫 번째 타깃이 한국이라는 점을 적시하면서 자국민들에게 북핵에 대해 불안해하지 말고 관망자세를 당부하고 나선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런 중국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면 문 대통령이 이번 중국방문을 통해 그동안의 한중간 사드갈등을 봉합하고 새로운 한중관계로 새출발하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섣부르다.
 
국빈방문임에도 베이징에 도착한 문 대통령에 대한 공항영접이 미국과 필리핀 대통령 혹은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격이 떨어진다는 등의 지적을 할 필요는 없다. 그저 대국답지 못한 중국의 옹졸한 외교적 결례를 한 번 지적하고 우리는 중국과 달리 혹시라도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평창올림픽 때 방한한다면 극진히 환대하겠다는 각오만 다지면 된다. ‘군자(君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며 고사성어를 인용해가면서 칼을 갈고 있는 중국의 고위당국자들도 한국이 보여주는 ‘군자의 아량’에 놀라게 말이다.
 
문제는 문 대통령의 주권국가 지도자다운 당당함 유지다. 중국이 사드문제에 대해 거듭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중국의 요구가 우리의 국가이익을 침해한다면 그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중국의 이해를 구했다면 된 것이다. 중국의 국가이익을 위해 우리에게 닥친 북핵 위협을 도외시하고 중국에 굴복할 수는 없지 않은가. 북핵문제가 해결된다면 사드갈등은 원천적으로 해소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을 중국 역시 잘 알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중국 정부 스스로 공식적으로는 사드에 대한 보복조치는 없었다고 강조해온 점을 활용했으면 좋겠다. ‘금한령’(禁韓令)으로 인한 우리 기업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있는데도 중국은 금한령은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여전히 찔끔 한국 길들이기 같은 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더 이상 우리 정부가 중국의 비정상적인 보복조치에 대해 나몰라라하는 식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골프장을 사드기지로 내주게 된 롯데의 입장도 그저 롯데만의 일이 아니다. 정부로서는 그동안의 롯데의 처신이 곱게 보이지는 않겠지만 국가안보를 위해 기업이익을 양보한 민간기업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어느 국민이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할 것인가.
 
문 대통령의 이번 중국 국빈방문으로 사드갈등이 완전하게 봉합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이나 정부가 무리하게 해법을 찾으려고 국가이익을 양보하는 우를 저질러서는 안된다. 시간을 두고 조율하다보면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외교다.
 
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베이징의 서민식당 용허센장(永和鮮漿)을 찾아 중국인들의 아침 일상을 함께 한 것은 ‘신의 한 수’같이 절묘했다. 중국서민들의 아침 메뉴인 요우탸오와 또우장을 먹으면서 중국인들의 아침을 직접 체험하면서 ‘모바일페이’로 결제한 것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서민들의 아침과 길거리 노점에서조차 일상화된 모바일페이 ‘위챗페이’의 위상을 경험했다면 문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관이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또한 시 주석이 취임초기였던 2014년 베이징의 서민식당 ‘칭펑’(慶豊)을 찾아 21위안짜리 만두세트를 시켜 먹고 서민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고 그 식당은 대박이 났던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국빈방문한 문 대통령이 ‘조어대’의 성대한 아침식사 대신 서민식당을 찾아 시 주석과 정서적 교감을 갖게 된 것은 향후 두 지도자간의 관계를 보다 가깝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첫 중국행보는 이처럼 격식보다는 중국인의 마음을 얻고 실리를 찾는 대승적 외교에 방점이 찍혀 있어 다행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그러니 이번 방중은 한중간의 갈등을 완전하게 해소하고 관계복원을 넘어 새로운 진전을 추구했다기보다 꼬인 매듭을 풀기 위한 첫 단추를 뀄다고 보는 것이 맞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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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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