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남매경영'이 안착한 신세계그룹의 후계구도가 갈수록 흥미진진해 지고 있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올해 괄목할만한 경영성과를 보이며,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부회장으로 굳혀지는 듯 했던 후계구도가 다시 균열을 보이는 조짐이다. 이같은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져 남매간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한 정면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139480),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의 지분을 각각 9.83%씩 보유하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의 지분 18.22%를 보유한 1대주주다. 어머니인 이 회장의 뜻에 따라 남매간 분리경영을 시작한 지 약 2년이 흘렀지만 경영능력을 두고 자연스럽게 비교 대상이 되는만큼 후계 경쟁도 본격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영스타일은 서로 상반된다. 활발한 외부 활동과 함께 파격적인 경영 실험을 잇따라 선보이는 오빠 정 부회장과 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한 경영행보를 보이는 동생 정 총괄사장은 각자의 영역에서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
이처럼 경영스타일은 확연히 다르지만 올해 들어 동생인 정 총괄상장의 경영성과가 더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정 총괄사장의 신사업 신세계면세점의 호조가 신세계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신세계디에프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294억원이 늘어난 9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동기간 매출액은 2707억원으로 342.1% 급증했다.
면세업계 '빅3'의 입지를 굳혔다는 점도 정 총괄사장의 눈에 띄는 성과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신세계면세점의 시장 점유율은 12.2%를 차지했다. 오픈 당시 3.8%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2년 만에 고속성장을 이룬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시장점유율은 2015년 20.4%, 2016년 22%, 올 3분기 시장점유율은 전년동기대비 4%포인트(p) 오른 28.1%를 기록했다. 성장세에 힘입어 신세계백화점 본사도 반포 센트럴시티 강남점으로 이전했다. 면세점 오픈과 함께 정 총괄사장이 본격적인 '강남시대'를 열게 된 셈이다.
정 총괄사장의 화장품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세계 1위 색조화장품 브랜드 인터코스와 합작한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는 올 2월부터 경기도 오산공장에서 색조화장품을 본격 생산하고 있다. 제조 노하우를 익혀야 제대로 된 자체 브랜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게 정 총괄사장의 확신이다.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는 2015년말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가 지분율 50대 50으로 설립한 합작 법인으로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회사다. 경기도 오산시 가장산업단지 내에 제조 공장과 R&D센터를 올해 1월말 완공하고 현재 한국, 미국, 영국 등의 화장품 회사에서 주문한 제품들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또한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는 자체 개발한 네 가지 컨셉의 컬렉션 아이템들을 가지고 전 세계 화장품 기업을 대상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는 인터코스가 보유한 최고의 기술력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아시아 시장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2020년까지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유통 노하우를 통해 자체 브랜드 개발을 통한 글로벌시장 점령 계획까지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용진 부회장의 주력 사업 일부는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중 편의점 이마트24는 누적 손실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2013년 12월 편의점 업체 '위드미에프에스' 지분 100%를 사들인 후, 2014년 7월부터 위드미 편의점을 새롭게 출범시키면서 편의점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지난 7월엔 사명을 '이마트24'로 변경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실제 이마트는 2014년 이후 현재까지 총 7차례 유상증자에 나서며 현재까지 총 1580억 원을 지원했다. 또한 정 부회장은 지난 7월 이마트24를 그룹 핵심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3년 동안 3000억 원을 추가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투자에 힘입어 매출과 외형은 성장했지만, 이로 인한 리스크 역시 커지고 있다.
이마트24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당기순손실은 358억 원으로 2015년 271억 원보다 늘며 적자규모가 더 커졌다. 지난해 말 이익잉여금은 771억 원 적자, 자본 총계는 8억 원이다. 이로 인해 2015년 말 4.84%였던 자본잠식률은 지난해 말 기준 94.4%로 대폭 올랐다.
정 부회장이 재도전 한 H&B(헬스앤뷰티)스토어 사업 '부츠' 역시 시장 포화상태로 기존 사업자들의 주도권 그늘 아래서 수익을 창출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H&B시장 1위인 올리브영은 올 상반기 기준 매장 수는 850개로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후발주자인 GS리테일의 왓슨스(151개), 롯데의 롭스(92개) 등이 뒤를 쫓고 있다. 부츠는 7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분구조나 경영성과를 볼때 신세계 남매간 후계구도 윤곽은 아직 뚜렷해지지 않았다"며 "분리경영은 당분간 계속 유지되겠지만, 경영능력 우열에 따라 후계구도 밑그림 작업도 한쪽으로 기울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사진/신세계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