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팔 많이 쓰는 근로자 회사 옮겨 발병…전 회사 근무까지 고려해 산재 인정"

입력 : 2017-12-26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신체 특정부위를 많이 쓰는 작업을 하는 근로자가 회사를 옮겨 상해를 입은 경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에는 최근 회사는 물론, 전에 다니던 회사의 업무사정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차지원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판사는 근로 중 팔꿈치 관절염을 입은 이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의 질환은 보통 팔을 많이 쓰는 주부, 기술공, 라켓을 쓰는 운동선수에게 많이 나타나고 근본적인 원인은 손으로 물건을 많이 들거나 비트는 동작을 많이 해서 생긴다"며 이씨의 질환과 업무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또 "이씨가 B회사에 한 작업만으로 병이 생겼다고 보기 어렵다고 해도 2개 사업장 모두 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었던 경우에 해당한다"며 "이씨가 걸린 관절염이 업무상 재해인지 판단함에 있어서 A회사와 B회사에서 경험한 모든 업무를 포함해 자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씨는 A회사에서 7년간 팔꿈치와 손목에 부담이 되는 업무를 수행했고 부담이 누적된 상태에서 B회사에 입사해 계속 팔을 사용하는 업무를 했다”면서 “결국 의료기관에 내원할 정도의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공단은 업무상 종사 기간, 시간, 업무의 양과 강도 등으로 봐서 이씨의 병과 업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나 객관적이고 의학적 근거를 제시하기 힘들다고 판단했지만 업무상 재해와 병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때 의학적·자연과학적 명백한 인과관계 입증까지 요구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적장애 3급인 이씨는 지난 2006년 1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A회사에서 양파, 호박 등을 끓여 즙을 낸 뒤 포장해 배달하는 업무를 맡았다. B사로 직장을 옮긴 이씨는 2013년 1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자동차 엔진에 들어가는 피스를 들어 반자동 래킹기에 안착하고 양팔을 사용해 클립 사이에 제품을 넣는 업무를 했다.
 
이후 이씨는 우측 주관절부 신전근건 건염과 우측 주관절부 주두 점액낭염 등 팔꿈치 염증(관절염)을 진단받고 요양급여를 신청했는데, 공단은 "이씨가 증상을 호소하고 병원에 처음 내원한 시점이 입사 후 약 8개월이 지난 시점이며 약 5개월 더 근무하다가 퇴사했다"며 "팔의 과도한 부하나 장기간 반복적 사용으로 병이 나타나기엔 근무 기간이 다소 짧아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불승인했다.
 
이씨는 B회사 뿐만 아니라 A회사에서의 업무도 관절염 발병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주장하며 재심사를 청구했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는 이를 기각했다. 이에 이씨가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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