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개정 협상 이후 강력한 대응방침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 본부장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나쁜 협상 결과보다는 협상을 타결 못한 것이 낫다는 각오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협상에서 국가의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것, 미래 세대의 손발을 묶을 수 있는 부분은 양보하지 않는 것이 본인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협상 결과는 일방적이어서는 안 되고 윈-윈이 돼야 한다"면서도 "예단할 수는 없지만 개정 협상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과 미국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FTA 개정을 위한 1차 협상을 열었다. 미국측은 바이클 비먼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수석대표로, 한국측은 유명희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해 9시간에 걸린 마라톤 논의를 이어갔다.
김 본부장은 "1차 개정 협상을 통해 양국의 관심 민감 분야 파악에 주력했다"며 "우리는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의 개정, 미국의 불합리한 무역구제 사안 등을 관심사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측이 개정을 요구한 ISDS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상대방 국가의 정책 등으로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해당 국가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분쟁 해결 제도다. 하지만 국가가 민사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정부의 정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유명희 통상정책국장은 "10년 전에는 ISDS 관련 소송이 한건도 없었던 반면 최근에는 3건이나 발생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정부를 제소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정부의 정책과 권한을 지키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이 강화하고 있는 무역구제 조치도 한국측의 주요 쟁점이었다. 김 본부장은 "미국은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와 반덤핑 관세 부과 등에서 통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며 "곧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세이프가드 결정도 있을 것이고, 이에 대해 업계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무역구제 조치에 대해 한국은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측의 조치가 국제규범에 어긋날 경우 우리의 권한을 찾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측은 또 무역적자 해소도 집중적으로 요구했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무역불균형이 심각한 분야로 1차 협상에서 규제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무역협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대미 자동차 수출은 154억9000만달러인 반면 한국이 수입한 미국 자동차는 16억8000만달러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무역불균형의 대부분이 자동차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 국장은 "자동차 분야에 대한 이슈가 (협상에서) 모두 언급됐다고 보면 된다"며 "하지만 미국이 주장하는 대한 무역적자의 대부분이 미국의 주장처럼 비관세 장벽 때문인지 소비자의 성향 때문인지 등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에서 열릴 한미FTA 개정 2차 협상은 조속한 시일 내에 열릴 전망이다. 유 국장은 "앞서 미국이 진행하고 있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달리 부분 개정 협상이 속도감 있게 진행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