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방안은 중소기업 금융지원에 강점을 가진 IBK투자증권과 연관성이 높다. 정책 방향에 맞춰 현재 연간 5000억원 규모인 중소기업 지원액을 1조원으로 늘려 중소벤처기업에 실질적인 자금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
김영규 IBK투자증권 신임 사장은 1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중소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유일한 증권사로서 소명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은행 출신으로서 모기업인 기업은행과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복합 점포를 확대하는 한편, 자금조달뿐만 아니라 판로 개척과 인재 확보 등에서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는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 최초로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도입한 일반해고 취업규칙에 대해서는 폐지 방침을 밝히며, 수십년간의 현장 경험을 살려 저성과자가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IBK증권은 중소벤처 자금 지원 확대를 위해 한국성장금융, 한국벤처투자 등 정책금융기관과 협력을 강화하고 정책자금과 민간자본 매칭을 통한 펀드 설립을 주도해 모험자본 공급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여기에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크라우드 펀딩 중개, 코넥스·코스닥 상장 지원, P-CBO(중소기업 자금조달을 위해 신용을 보강해 발행하는 자산담보부증권(ABS)) 인수 주관 등이 포함된다.
IBK증권은 산업은행이 출자한 중소기업특화 벤처캐피털(VC) 펀드(215억원)와 한국성장금융, SK행복나눔재단, KEB하나은행이 출자한 사회적기업펀드(110억원) 결성을 마쳤다. 올 상반기부터는 자금을 집행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크라우드 펀딩 등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데 안주하지 않고 올해는 코넥스와 코스닥 상장을 각각 6건 이상 추진할 계획"이라며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4차산업 관련 특화 펀드를 설립해 중소기업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동시에 IBK증권의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IBK증권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크라우드펀딩-코넥스-코스닥·코스피'로 연결된 성장사다리체계를 구축하며 중소기업 자금지원 시장에서 선두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은행 근무 당시 대학과 480여개 중소기업의 다자간 업무협약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KTX 역사에 중소기업 제품 판매관을 만들어 판로를 개척한 경험을 살려 IBK증권에서도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우수 인력에 대한 연합 채용과 연수 진행, 중소기업 제품·서비스 홍보 지원에도 나설 계획이다.
김 사장은 오랜 기간 인천 산업공단에서 중소기업 지원 실무를 맡았던 영업맨 답게 '현장중심 영업'을 강조했다. 지점 중심 영업 강화를 위해 각 지점에 은행 지점장 출신 등 기업금융 전문인력을 배치하고, 기존의 은행과의 복합점포센터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너지팀을 신설하고 현장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모은행이 오랜 기간 현장에서 쌓아온 중소기업과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한 때"라며 "복합점포 확대와 함께 현장 경험을 갖춘 은행 출신 퇴직자 등을 재채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투자은행(IB)과 자본시장(CM), 인수합병(M&A)와 프라이빗에쿼티(PE) 등 고부가가치 사업 확대도 강조했다. 김 사장은 "대형사와 비교해 자본력이 부족하다는 걸 느끼지만, 이들과의 경쟁에 치우치다 보면 본래 회사의 설립 목적과 동떨어질 우려가 있다"면서도 "중소기업 시장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대형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본 확충에 대해도 모은행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상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사장은 "IBK투자증권은 장외시장에서 액면가 대비 40%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지금 상장을 추진하면 기존 주주들에 손해가 된다"면서 "주당순자산가치(PBR)를 높이는 활동이 중요한데, 올 한해 중점적으로 노력해서 임기 중에 상장에 도전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기 내에 유효고객수와 고객관리자산도 현재보다 두 배 늘어난 5만명, 70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임 사장 때 도입된 일반해고 취업규칙에 대해서는 폐지 방침을 분명히 했다. 김 사장은 "증권업계는 성과급을 통해 차별적인 대우를 하는 게 일반화돼 있는데, 성과를 내는 몇몇 직원 외에는 저성과자가 되는 꼴이어서 문제가 있다"면서 "현장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영업 여건을 만들어주면 저성과자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영업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성과 배분에 있어서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외부 컨설팅이 마무리되는 3월 말 전에 노사 합의가 이뤄질 거라고 밝혔다.
김영규 IBK투자증권 사장(가운데)이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IBK투자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