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완만한 상승 조짐…"자산시장에 긍정적"

12월 미 근원CPI 0.3%, 11개월 내 최고치…연준 금리인상 속도 변화 주목, 유가가 변수

입력 : 2018-01-18 오후 4:38:47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미국의 물가지표가 상승 국면에 접어들면서 경기 선순환 기대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저물가 기조에서 탈피할 경우 금리 인상 속도가 시장의 전망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으로 꼽히지만, 올 들어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이 동반되며 위험자산 선호가 더욱 강해질 거란 분석이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0.3% 상승했다. 시장이 예상했던 0.2%를 웃도는 수준으로,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에너지와 식품가격을 제외한 수치로, 장기적인 물가변동 추세를 파악하는 데 쓰인다. 미국 CPI는 0.1% 상승하며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다.
 
근원물가 상승폭이 전망치를 웃돌자 시장에서는 미국의 경기 개선에 더욱 힘이 실리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미국의 고용시장은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로 평가받고 있는 반면 임금 인상률은 2% 초반대에 머무르면서 저물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최근 실질임금 상승폭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면서 임금 인상 조짐이 보이는 상황이다. 12월 물가지표 역시 소비 측면에서 상승 압력이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구혜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세법 개정안 통과와 임금 상승 흐름으로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우려했던 저물가에서 벗어나면 본격적인 경기 선순환에 들어서며 금융시장의 투자심리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기 개선 기대감이 부각되면서 뉴욕증시도 연초 이후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물가 상승은 경기 확장 수혜 섹터 랠리를 견인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달러 약세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에 따른 유가 상승이 더해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물가는 상승 압력을 더욱 강하게 받을 것"이라며 "글로벌 증시 내에서 종목 확산 기류가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용석 KB증권 연구원은 "정체됐던 미국 물가가 상승하면서 소재와 산업재, 은행 등 인플레이션 수혜를 받는 업종들의 본격 상승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준이 긴축을 서두를 수 있다는 점은 불안 요소로 지적된다. 향후 유가의 추가 상승 여부에 따라 금리 인상 속도가 결정될 거란 분석이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작년 내내 미국 경기가 좋았지만 물가가 많이 안 올랐기 때문에 통화정책도 완만한 수준을 이어갔다"면서 "향후 물가가 생각보다 빨리 올라갈 경우 자산가격 상승 둔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브렌트유가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는데, 유가가 추가 상승할 경우 연준이 올해 3번의 미국 금리인상 전망을 바꾸면서 긴축 신호가 강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3% 상승하며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미국 피츠버그 쇼핑가 모습. 사진/뉴시스·AP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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