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재훈 기자]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한 방책으로 대기업과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상생협력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대기업이 2·3차 협력사를 지원할 경우 정부의 재원을 활용해 R&D(연구개발), 보증 등을 매칭지원한다는 계획이다.
23일 홍종학 중기부 장관과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을 비롯한 정부와 청와대 관계자들은 현대에프엔비와 라이스텍, 주풍테크 등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대기업 협력사를 현장 방문해 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앞으로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홍종학 장관은 "향후 대기업이 2·3차 협력사를 지원할 경우 정부의 재원을 활용해 R&D(연구개발), 보증 등을 매칭지원 하겠다"며 "공정한 성과배분을 위한 협력이익배분제 도입, 상생결제 확산 등을 통해 2·3차 협력업체에도 돈이 돌고 혁신성장의 모멘텀이 살아나는 상생협력시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홍장표 경제수석 역시 최저임금 인상의 연착륙을 위해 대·중소기업 간 협력이 절실함을 강조했다. "주풍테크의 경우 지난 2014년 큰 위기를 겪었는데, 대기업이 자금을 지원하고 주풍테크는 기술혁신을 이루는 상생협력으로 위기를 극복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러한 상생협력을 통해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 1차 협력업체와 2차 협력업체가 동반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협력업체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정부 지원책과 관련해 대기업 협력업체들은 직군별로 부담의 경중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일자리안정자금의 지원요건 또한 단순화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솜사탕 등 과자류를 생산하는 현대에프앤비의 이종규 대표는 직무상 특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토로했다. 이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부분은 생산직 직원들의 임금인데,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생산직만 임금을 올려줄 수 없기 때문에 관리직 직원들의 임금도 함께 올려주다보니 부담이 큰 실정"이라고 밝혔다.
쌀 가공식품을 제조하는 라이스텍을 운영하는 정종성 라이스텍 대표 역시 "일자리안정자금이 도움은 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며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에 대한) 요건 등을 조금 더 단순화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성시 수출기업협회장이자 자동차부품 2차 협력업체 새희망의 임정택 대표는 "일자리안정자금이 매우 도움이 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상생이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제품 소비자가는 매년 오르지만 납품단가는 몇 년 째 제자리 걸음"이라고 토로했다.
이들 중소기업의 의견에 대해 홍장표 경제수석은 "의견을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며 "고용을 유지하고 일자리를 더 늘리는 기업에게 정부에서 준비한 혜택들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홍 경제수석은 "인건비 부담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않는 잘못된 관례가 대·중소기업간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진단하며 "하도급 관련법이 개정되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어,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홍 경제수석은 "일자리안정자금뿐 아니라 인건비 상승에 따른 법인세 상승분의 최대 20%까지 감면해주는 세제혜택도 법제화를 마쳤다"며 "앞으로 어려움이 더 많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홍종학 장관은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을 통한 경제 선순환을 강조했다. 홍 장관은 "상생협력이란 취지에 공감하는 대기업들이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취지에 공감하는 대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서민경제에 돈이 돌면 대기업의 이익도 늘어날 것이고, 나아가 중소 협력업체들도 이익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홍종학(오른쪽부터 두번째) 중기부 장관과 홍장표(맨 오른쪽) 경제수석이 경기도 안성의 주풍테크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중기부
정재훈 기자 skj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