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재훈 기자] 박근혜정부 창업정책의 핵심이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역 창업허브로 새롭게 탈바꿈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 정부 기조에 발맞추기 위한 수단으로 창조센터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일련의 국정농단사태로 이전 정부가 적폐정권으로 낙인찍힌 가운데 자칫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창조센터가 다시금 창업정책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2일 중기부 등에 따르면 이달 중으로 '창조센터 개편방안(가칭)'이 확정될 전망이다. 중기부는 지난 연말부터 각 지역 창조센터의 전담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센터 개편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민간의 창업·벤처 전문가들과도 지속적으로 토론회를 개최하며 세부 개편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창조센터 개편에 관한 큰 틀은 이미 지난해 11월2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통해 제시됐다. 창조센터를 지역 창업생태계 허브로 역할을 재정립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의 혁신창업 지원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 대기업 주도의 매칭으로 이뤄졌던 일방적 지원체계를 중견·벤처기업, 대학 등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상생협력 체계로 바꾸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초기창업기업에 투자기능을 집중시키고, 각 지역 사정에 맞도록 센터를 특화시킨다는 계획도 담겨있다.
특히 홍종학 중기부 장관의 의지가 확고하다. 홍 장관은 지난해 12월26일 열린 '2018년 중소기업 정책자금 운용계획 발표' 자리에서 "가장 먼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센터는 (정부의 창업·일자리정책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면서 "창조센터가 기업 창업의 중심이 돼 BI센터(비즈니스 인큐베이터 센터·신생기업을 입주시켜 사업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곳) 등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창조센터뿐 아니라 테크노파크(TP), 지방중소벤처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산하기관들 모두의 기능을 재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창조센터를 중심으로 클러스터(산업집적지)화를 이뤄, 클러스터 단위로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 기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창조센터가 창업정책의 진정한 중심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내부 개혁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먼저 서울창조센터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센터장 자리가 비어있어 업무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장관 취임이 예상치 못하게 늦어지면서 서울센터장 인선도 덩달아 지연됐다"며 "지난 연말 서울센터장 지원자 가운데 최종 후보자 5명에 대한 면접을 진행했으며, 조만간 신임 센터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센터는 지자체와의 협력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를 앞세웠지만 서울시와 전혀 협력하지 않았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 때도 나를 부르지 않았을 정도다"라고 밝혔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해에 서울창조센터에 예산을 지원하지 않았다. 창조센터의 운영비 등 예산은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가 공동으로 부담하게 돼 있다.
대구창조센터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8일 대구센터 전·현직 계약직 직원 7명은 센터가 정규직 전환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하며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중기부는 현재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창조센터가 그동안 수행해오던 여러 업무 가운데 창업에 초점을 두고 개편을 진행 중"이라며 "각 지역 창업 활성화에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26일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2018년 중소기업 정책자금 운용계획'에 대해 설명하면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창업정책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중기부
정재훈 기자 skj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