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한진 기자] 호남을 기반삼아 전국구 기업으로 성장한 부영과 호반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양사 총수의 입지도 천양지차다. 이중근 회장이 구속 위기에 직면하면서 부영은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반면 호반은 김상열 회장의 승부수를 앞세워 대우건설 인수를 눈앞에 두고 ‘메이저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는 상황이다.
4일 건설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 회장의 구속 여부는 이번 주 중 결정될 예정이다. 현재 이 회장은 임대아파트 분양가 부풀리기와 회사자금 횡령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의 신변은 부영의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총수 부재가 현실화 될 경우 부영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남을 기반으로 1983년 설립된 부영은 건설·임대업을 바탕으로 재계 서열 16위까지 성장한 기업이다.
부영은 이 회장이 사업전반을 세세히 챙길 만큼 총수의 지배력이 큰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계열사 24곳이 모두 비상장사로 이 회장이 지주사격인 부영의 지분 93.79%를 소유하고 있다. 이 회장의 장남 이성훈 부영주택 부사장이 지분 1.64%를 갖고 있지만 후계 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을 축으로 한 경영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악영향이 부영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부영은 다른 건설사들에 비해 총수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며 “이 회장을 꼭짓점으로 한 보수적 경영 시스템을 당장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270억원대 횡령 사건으로 구속기소 됐던 이 회장의 부정이 또 다시 법의 심판을 받게 되면 부영의 기업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하다. 100여건이 진행 중인 부영 임대주택 분양 부당이득금 관련 반환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국회가 이 회장과 고위 임원 등을 상대로 검찰 고발과 청문회 개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부영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는 모습이다.
반면 부영과 함께 호남에 뿌리를 두고 있는 호반건설은 최근 신바람을 내고 있다. ‘빅3’ 건설사 대우건설 인수를 예약하면서다. 지난달 31일 대우건설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은 확인실사, 최종 협상 등을 거쳐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빠르면 2분기 중 인수 작업이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재계 서열 47위인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재계 서열은 19위까지 가파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김상열 회장이 지난 1989년 광주에서 자본금 1억원으로 창업한 호반건설은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 13위에 오른 건설사다. 그동안 주택사업을 축으로 스카이밸리 골프장과 KBC광주방송 등을 인수하며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 왔다.
김 회장과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 후 양사 시너지 확대에 주력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대우건설이 강점을 갖고 있는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또 호반건설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약한 도시정비사업에서는 ‘푸르지오’ ‘써밋’ 등 대우건설의 브랜드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최종인수까지 김 회장은 인수 특혜 논란과 대우건설 노조 등의 반발을 잠재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는 인수 과정에 대한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 역시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왼쪽)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사진/뉴시스·호반건설
조한진 기자 hj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