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국방부 사이버 댓글사건 조사 태스크포스(조사 TF)는 14일 과거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사이버사 댓글 의혹과 관련한 수사본부장을 맡았던 김모 육군 대령이 구속 기소됐다고 밝혔다. 국군 사이버사령부(사이버사)가 정부정책 등을 비판하는 ‘악플러’를 색출하기 위해 ‘블랙펜(Black Pen) 분석팀’을 과거에 운용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조사 TF는 이날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4차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TF에 따르면 김 대령은 수사본부장으로 있던 2013~14년, 사이버사의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하던 헌병수사관에게 “왜 대선개입 수사를 하냐”며 질책하고 이후 댓글수사에서 배제시켰다. 헌병수사관들에게 허위진술을 받아오도록 지시하는 등 직권남용을 한 사실도 밝혀졌다.
김 대령은 당시 사이버사의 일부 조직적인 대선개입 댓글 활동 사실을 확인하고도 2014년 8월19일 수사결과 보도자료에 “조직적 대선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습니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도 작성했다고 조사 TF는 밝혔다.
사이버사가 2011년 초부터 2013년 10월까지 종북·반정부·반군(軍) 세력을 색출한다는 목적으로 블랙펜 분석팀을 운영한 사실도 발표내용에 포함됐다. 블랙펜은 사이버사 내에서 '악플러’를 칭했던 위장 명칭으로 우익 세력을 일컫는 ‘블루펜’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블랙펜 분석팀은 포털 사이트에서 댓글을 검색한 후 북한찬양지지(B1), 대통령 및 국가정책 비난(B2), 군비난(B3) 세 그룹으로 구분해 아이디를 분석했다. 분석현황을 경찰청에 통보하고 기무부대에도 일부 공유한 정황도 나타났다.
조사 TF 측은 “블랙펜 관련 추가조사와 함께 (분석현황을) 통보받은 경찰청·기무부대가 어떤 조치를 했는지 민간검찰과 공조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조사 TF는 지난해 10월16일부터 진행 중인 국군 기무사령부의 댓글활동 의혹에 대한 조사내용도 발표했다. 현재까지 확인결과 기무사는 2008년 6월 쯤(광우병사태 이후)부터 사이버 공간 관리업무를 개시했으며 이듬해부터 사령부 보안처를 중심으로 예하부대 부대원들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일명 ‘스파르타’를 운영한 사실을 확인했다.
조사 TF 측은 “현재까지 약 500여 명의 기무부대원이 사이버 댓글활동에 관여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들의 활동 시기는 2009년 초부터 2013년 초까지로 보이며 추가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조사 TF는 지난 3차 중간조사 결과에서 댓글활동 인원이 470여명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번에 500명으로 추가 확인했다. 해당 부대원들은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이전, 제주 해군기지 조성사업, 용산참사, 동남권 신공항 건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천안함 폭침, 반값등록금 문제 등에 대한 댓글활동을 한 정황이 확인됐다.
조사 TF는 “2012년 총선·대선과정에서도 정치인 등에 대한 비난 또는 지지댓글 활동 정황이 일부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댓글활동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와의 연계성과 조직적 선거개입 여부 등을 포함한 폭넓은 수사도 진행 중이다.
또한 조사 TF는 지난 2011년 말 기무사가 청와대의 요청으로 민간 포털사이트와 트위터 등에서 정부정책을 비난하는 아이디 1000여개를 수집해 현황을 청와대에 보고한 정황도 발견했다. 기무사가 일부 극렬 아이디에 대해서 게시글 모니터링과 스팸블록(스팸메일과 악성 소프트웨어 등을 유포한 계정을 트위터 본사에 신고하면 자체 심의 후 해당 계정을 일시·영구정지시키는 제도) 방식으로 대응을 시도한 정황도 발견됐다.
조사 TF 관계자는 “이번에 확인된 의혹에 대해 민간 검찰과 원활한 공조 하에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라며 “제기된 의혹에 대해 향후에도 엄정하게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 국방부 본청 앞에 태극기와 국방부 깃발이 걸려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