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가 작업 도중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다시 하청 소속 노동자가 죽음에 이르면서, 조선업계 위험의 외주화 논란이 불거졌다. 반복된 조선업 안전사고는 국내 조선업 전반의 경쟁력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22일 대우조선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전 10시40분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도장 작업을 위해 발판을 설치하던 강모 씨가 20m 높이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강 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를 받던 중 목숨을 잃었다. 대우조선해양과 경찰 등은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숨진 강 씨도 하청 소속 노동자로 밝혀지면서, 조선업계 위험의 외주화 논란은 불거지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조선업 300인 이상 사업장별 사망사고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9월까지 조선소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12명은 모두 하청 소속 노동자였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사고로 6명이 목숨을 잃었고, 8월에는 STX조선해양 폭발사고로 4명이 희생됐다.
조선업 300인 이상 사업장 사망사고 현황. 제작/뉴스토마토
지난 2013년부터 5년간 발생한 사망사고도 하청 소속 노동자에게 집중됐다. 2013년 11명 중 7명(64%), 2014년 16명 중 15명(94%), 2015년 17명 중 17명(100%), 2016년 20명 중 15명(75%), 2017년(9월) 12명 중 12명(100%) 등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조선소에서 전체 76명이 사망한 가운데 하청 소속 노동자가 66명, 비율로는 87%였다.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작업이 하청에 집중된 탓으로 분석된다.
노동계에서는 안전 관리를 책임져야 할 원청이 하청에 책임을 떠넘기는 탓에 조선업 인명 사고가 하청에 집중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조사위원회'를 발족해 위험의 외주화를 불러온 조선업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올해 상반기 중 건설·조선업 위험의 외주화와 관련한 조사를 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위험의 외주화가 조선업 전반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중국과 일본 등 수주 경쟁에서 안전사고는 공정을 지키지 못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영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 아울러 조업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기업 이미지 하락 등 유무형의 손해로도 이어진다.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조선업은 단기 하청 근로자들이 위험한 작업에 주로 투입되면서 안전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안전사고로 생산이 중단되면 선주와 약속한 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등 생산성이 떨어지고 국내 조선업 전반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