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통상 봄과 가을이 성수기인 분양시장에서 전통적인 패턴이 사라지고 있다. 이달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봄 성수기가 시작된 듯하지만 잇따른 정부 규제와 정치 이슈로 하반기 분양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일시적으로 몰리는 현상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사철 등 수요를 노리기 보다 정부 규제를 피해 눈치작전을 펼치며 분양 시기를 조정하면서 성수기 실종 현상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7일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는 총 46곳에서 3만607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이는 지난달 분양실적(4097가구)과 비교하면 약 8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봄 성수기가 도래한 모습이지만 건설사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이번달 쏟아진 물량은 지난달 평창동계올림픽과 설 연휴로 인해 미뤄둔 것을 풀면서 부각된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오는 6월 지방선거 전 물량을 털기 위해 시기를 조정하고 나서면서 이달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다음달부터 부동산 시장에 악재가 줄줄이 예고돼있다는 점 역시 분양 시기를 앞당겼다. 이달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된 데 이어 다음달 두 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제도가 시행된다. 5월에는 올해부터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라 부담금 통보가 이뤄질 예정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규제가 한층 강화되기 이전에 분양을 마쳐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올해는 유독 3월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며 "정부규제가 이어지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상반기에는 여러 이슈가 있어 홍보효과를 누리기 어렵다 보니 3월에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몇년새 뚜렷한 성수기는 사라지고 상황에 맞게 움직이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3월은 올해 분양물량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해 3월에는 1만5385가구가 일반분양된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4만가구 수준으로 최대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5월 조기대선이 치뤄져 대선 이후로 분양 시기가 조정되면서 성수기를 누리지 못했다. 4월 총선이 있었던 2016년의 경우도 3월 분양물량은 2만5000여가구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선거철에는 분양 현수막을 내걸 자리도 없을 뿐더러 관심도 크지 않아 분양시장에서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최근 매년 선거가 이뤄져 봄 가을 성수기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견본주택을 방문한 청약예정자들이 아파트 위치, 구조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