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발암물질 검출 등 논란으로 한풀 꺾였던 천연물의약품 연구개발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합성의약품 중심의 제약사들도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천연물의약품 사업에 착수하고 있다. 올해 해외진출 1호 천연물의약품 탄생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천연물의약품 1호는 2001년 허가된
SK케미칼(285130) 골관절염치료제 '조인스'다. 현재까지 총 7개(영진약품 '유토마' 허가취하 제외) 천연물의약품이 허가를 받았다. 국산신약이 29호, 개량신약이 60호(품목기준)까지 허가된 것과 달리 천연물의약품은 2012년 한국피엠지제약 골관절염치료제 '레일라'를 이후 신제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천연물의약품은 생약이나 한약재 등 성분을 이용해 연구개발한 의약품을 말한다. 합성신약 개발이 어려워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개발 기간이 짧으면서도 투자 비용이 적은 천연물의약품 개발이 블루오션으로 자리잡았다. 실제 국산신약을 1개 개발하는 데 10여년 동안 평균 200억원 이상 개발비가 사용된 반면 천연물의약품은 8년에 80억원 정도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진다.
동아에스티(170900) '스티렌'은 2011년 900억원대 매출을 달성하며 천연물의약품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열었다. 자본력과 연구력이 열세인 국내 제약사들에게 신약개발의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효자품목으로 떠오르던 천연물의약품은 연구 활성화에 제동이 걸렸다. 감사원이 2015년 혈세를 쏟아부은 천연물의약품 사업이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안정성(독성)뿐만 아니라 허가, 약가산정, 사후관리 등에서 문제점이 지적됐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천연물의약품 개발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반전되는 모습이다. 2022년까지 글로벌 시장 점유율 3% 목표로 세부 과제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약사들도 천연물의약품 개발에 시동을 걸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1월 미국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에 알츠하이머 치료제(DA-9803),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제(DA-9801) 2개 천연물의약품을 기술수출했다. 노로보는 미국에서 DA-9801의 3상, DA-9803의 1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영진약품(003520)은 미국에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제(YPL-001)의 2a상을 지난해 완료했다. 회사는 임상시험을 토대로 글로벌 라이선스 협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피메즈는 골관절염치료제 '아피톡스'로 2016년 말 미국 임상 3상을 완료했다. 올해 1월 아피톡스 신약 승인 접수를 위해 미 FDA와 미팅을 진행했다. 회사는 비밀유지 계약을 체결한 글로벌 제약사들과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보다 구체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천연물의약품 임상시험이 활발하다.
동화약품(000020)은 지난달 천식치료용 천연물의약품(DW2008S)의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궤양성대장염(DW2007), 과민성방광증(DW2005)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종근당은 위염치료제(CKD-495), 기침가래약(CKD-497)을 천연물의약품 파이프라인으로 보유하고 있다.
휴온스(243070)는 지방간치료제(HU002),
일동제약(249420)은 치매치료제(ID1201), 엔지켐생명과학은 호중구감소증치료제(EC-18)를 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천연물의약품은 원료의 약효와 안전성 검증 작업이 까다롭다. 원료 균일성과 동등성을 입증한 게 해외진출에 관건"이라며 "개발이 상대적으로 쉽고 부작용이 적은 천연물의약품은 국내 제약회사들에게 글로벌 진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