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CJ올리브영 아성에 도전하는 H&B(헬스앤뷰티)스토어 후발주자들의 반격이 본격화 되고 있다. 올리브영이 'H&B 공룡'으로 불릴 만큼 압도적이지만 '대항마'가 되기 위한 2위 경쟁도 뜨겁다. GS리테일의 '랄라블라'와 롯데 '롭스', 신세계의 '부츠' 등 후발주자들이 각각 브랜드명 교체, CEO 교체, 차별화된 콘텐츠 등으로 쇄신하며 올리브영 추격에 나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롭스'는 롯데그룹 최초 여성CEO인 선우영 대표가 전진배치 된 이후 공격적인 출점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선우 대표는 지난 1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는 롭스 매장을 50개 더 늘리고 매출 신장률 5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출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일반적인 출점보다 고객이 좋아하는 곳에 원하는 형태를 가진 매장을 출점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쓸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선우 대표의 전략은 실행단계로 접어들었다. 지난 22일 이태원에 100호점 매장을 열었다. 2013년 출범 이후 6년 만이다. 이태원 100호점 매장 면적은 860㎡(260평)로 롭스 매장 중 가장 크다. '100번째' 매장의 숫자가 갖는 의미만큼 심혈을 기울였다. 선보이는 상품 품목 수 역시 1만여개로 가장 많다. 롭스는 100호점을 시작으로 올해 50여개 매장을 추가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올초 브랜드명과 간판을 '왓슨스'에서 '랄라블라'로 바꾼 GS리테일은 이달 말까지 간판 교체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GS리테일은 그동안 홍콩에 본사를 둔 왓슨스와 지분 50 대 50 비율로 합작한 왓슨스코리아를 운영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2월 왓슨스의 보유 지분을 모두 매입하고 '독자경영'에 나섰다.
간판 교체 작업이 마무리되는대로 구체적인 마케팅과 매장 확대 계획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랄라블라는 현재 188개 매장을 운영 중으로 점포수 기준 2위를 유지 중이다. 올해 순위 굳히기에 만전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간판 교체보다 더 큰 핵심은 가맹사업의 시작이다. 이를 위해 GS리테일은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시스템에 랄라블라의 정보공개서를 등록했다. 그동안 고수해온 직영체제로는 매장 확장에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으로 가맹시장에 진출, 공격적인 점포 출점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그룹의 H&B 스토어 '부츠(Boots)'는 다음달이면 국내 론칭 1년을 맞는다. 부츠는 영국 1위 H&B 유통사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WBA)'의 브랜드로, 전세계 11개국에 1만3100개 이상의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신세계는 2년여 준비 끝에 WBA와 프랜차이즈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지난해 4월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올해엔 공격적인 출점전략보다 콘텐츠 차별화에 방점을 찍었다. 신세계에 따르면 부츠는 3월 말 이마트 자양점에 11호점을 오픈한다. 서울에서는 스타필드 코엑스점·명동점·고속터미널점·여의도 IFC몰점에 이은 4번째 매장이다.
부츠는 타깃, 고객, 출점전략에서 올리브영 등 기존 H&B스토어와 차별화를 뒀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역시 가성비를 내세운 기존 H&B스토어와 달리 '프리미엄'을 콘셉트로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주로 백화점,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슈에무라', '베네피트', '달팡', '르네휘테르' 등을 차례로 선보이며 차별화를 시도 중이다.
후발주자의 맹공에도 올리브영은 여유로운 표정이다. 이미 지난해말 업계 최초 1000호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돼 2위(188개)와의 격차도 크게 벌려놨다. 최근엔 서울 주요 지역과 대형 지방도시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이며 브랜드 강화 및 차별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월 대구 동성로에 문을 연 올리브영 플래그십 스토어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고객층들을 겨냥해 입소문을 탄 SNS 이슈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 '블리블리', '머지' 등 신진 브랜드 상품 운영 규모는 강남본점과 비교해 2배 가량 높다. 지난해 12월에는 외국인 이용객이 많은 명동 플래그십 1층을 K뷰티 인기 제품인 마스크팩과 클렌징 등 기초화장품으로 구성하는 등 리뉴얼을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H&B스토어가 아직까진 골목상권 규제에 제외돼 있어 새로운 수익원 찾기에 애쓰는 유통사들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며 "시장 자체도 5년 내 3조원이 넘는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여 폭발적인 성장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2일 이태원에 오픈한 롭스 100호점(왼쪽)과 최근 간판교체가 마무리 중인 랄라블라 매장 전경. 사진/각 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