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밥솥시장 강자 쿠첸이 밥솥기업 이미지를 벗어나려 고군분투 중이다. 최근 유아가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쿠첸이 70%를 웃도는 밥솥 매출 의존도를 줄이며 사업 구조 개혁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쿠첸은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코베 베이비페어'에 참가했다. 쿠첸이 베이비페어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쿠첸은 베이비페어에서 젖병살균소독기 4종, 오토(Auto)분유포트 4종으로 구성된 자사 프리미엄 유아가전 브랜드 '쿠첸 베이비케어'를 선보였다. 쿠첸은 쿠첸 베이비케어를 출시하며 기존 이유식밥솥, 분유포트 등 10종에서 22종으로 유아가전 품목을 대폭 늘렸다.
쿠첸이 유아가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것은 우선 관련 시장이 유망하기 때문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유아용품시장은 2011년 1조5000억원, 2014년 1조8900억, 2015년 2조3700억원으로 커졌다. 2011년 출생아 47만여명, 2015년 43만여명 등 저출산이 심화되고 있지만 유아용품시장은 거꾸로 성장하는 중이다. 이 연구소는 "저출산 시대에 자녀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게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해외시장 전망도 밝다. 코트라에 따르면 아세안 유아용품 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9.1%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쿠첸은 유아가전 수출도 검토하고 있다. 쿠첸 측은 "저출산이 심화되고 있지만 자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골드키즈' 트렌드로 인해 유아용품시장은 성장세"라며 "밥솥, 전기레인지에 이어 유아가전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프리미엄 유아가전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밥솥시장 침체 또한 쿠첸이 유아가전 시장 등 품목 다각화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도록 이끌고 있는 한 요인이다. 쿠첸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밥솥 매출이 전체의 74%를 차지할 만큼 밥솥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업계 추산 5000억~6000억 규모인 밥솥시장은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지난해 실적은 이같은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쿠첸은 지난해 매출 2373억원, 영업 손실 8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하반기 적외선 센서 활용 프리미엄 밥솥 IR미작을 야심차게 출시했지만 지난해 3분기 적자 폭을 소폭 줄이는 데 그쳤다. 이후 4분기에는 되려 적자폭이 늘어난 상황이다. 회사 측은 "국내 소비침체, 밥솥시장 경쟁심화로 인해 관련 부대비용이 증가했다"고 실적 악화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된 오너가 2세 경영인 이대희 대표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 상황이다. 위기를 돌파하고자 향후 쿠첸은 밥솥시장에서는 프리미엄 전략을 쓰는 한편, 유아용품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27일 쿠첸 관계자는 "적외선 센서를 이용한 프리미엄 밥솥인 IR미작과 유아가전 판매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밥솥시장 강자 쿠첸이 유아가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쿠첸은 최근 킨텍스에서 열린 베이비페어에 참가했다. 쿠첸이 베이비페어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 제공=쿠첸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