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한국이 중국·일본의 산업계 구조조정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불황의 타개책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와 산업계가 대형화 전략에 힘을 쏟는 반면, 한국은 산업계 자율 구조조정에만 의존하는 모양새다.
중국은 지난달 말 자국 내 조선사 중국선박중공(CSIC)과 중국선박공업(CSSC)을 통합하는 방안을 사전 승인했다. 양사가 합병하면 연간 매출 규모가 86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조선사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중국은 오는 2025년까지 자국 산업의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생존 능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대형 기업들은 하나로 묶는 집중화와 대형화가 골자다.
한·중·일 산업 구조조정 경과. 제작/뉴스토마토
철강은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을 합병해 조강 생산량 세계 2위의 바오우그룹을 만들었다. 이어 보산강철과 무한강철을 합병시켜 보무강철을 만드는 등 3~5개 대형 철강사를 만드는 것이 구조조정 목표다. 해운산업은 코스코(COSCO)가 차이나쉬핑(CSCL)과 OOCL을 합병하면서 선복량 290만TEU(6m 컨테이너 1개) 규모의 세계 3위 해운사로 성장했다.
일본은 유니버설조선과 IHIMU 조선을 통합하며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를 설립했다. JMU는 지난해 32척을 수주하며, 전년 대비 3배 이상의 일감을 확보했다. 철강의 경우 지난 2016년 세계 4위 철강사 신일철주금과 닛신제강이 합병하는 등 기존 6개사 체제에서 3개 대형 고로사 체제로 재편 중이다. 해운도 이달 초부터 3개 선사의 컨테이너 사업부를 합병해 ONE을 출범, 통합 선복량 149만TEU의 세계 6위 해운국으로 도약했다.
반면, 한국은 각 산업계가 독자생존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해운은 한진해운 파산 후 현대상선과 SM상선 등이 노선 경쟁을 펴고 있으며, 조선은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공적자금 지원 뒤 빅2로의 재편 논의는 사실상 중단됐다.
오영석 산업연구원 통계분석실장은 "한국의 주요 산업이 성숙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과잉공급 현상은 피할 수 없는 만큼 산업 재편이 필요한 시기다"며 "기업의 재무구조뿐 아니라 산업의 측면을 객관적으로 진단해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구조조정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