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김 전 원장이 지난 2일 취임한지 보름 만이다. 두 차례나 검증에 ‘문제없다’고 결론 내린 조국 민정수석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민정이 책임져야 할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댓글 조작으로 구속된 김모(드루킹)씨 추천 인물과 만난 것에 대해서도 “인사검증이 아닌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신고를 해서 만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청와대 인사·민정라인 개편 필요성이 지적되지만, 일단 재신임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도 사전 예고 없이 춘추관에 들러 기자들을 만났다. 이 관계자는 김 전 원장 논란에 대해 “김 전 원장이 2016년 선관위에 (정치후원금 기부) 자진 신고를 했는데도 선관위는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김 전 원장은 클리어된 것으로 판단했고 민정수석실도 문제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감기관 예산출장 문제도) 민정은 아직도 (관행으로) 적법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이 결과적으로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게 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문 대통령이 판단하실 것”이라며 “대통령도 변호사인데 민정이 (정확히 판단하지 못해) 누를 끼쳤는지 아닌지 판단하실 것”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드루킹의 인사청탁 논란 및 댓글조작에 대해서도 “그 부분은 자신있다”며 청와대의 부적절한 대응이나 연루는 없었다고 밝혔다. 청와대 측에 따르면 백 비서관이 드루킹이 추천한 인사를 만난 것은 3월이지만, 오사카 총영사는 이미 2월 전에 결정됐다. 이 관계자는 “(문제가 있을 때) 외곽을 취재하고 당사자를 나중에 만나는 것이 민정수석실이 통상적으로 하는 일”이라며 “다만 드루킹을 백 비서관이 만나려고 하니, 이미 구속된 상황이라 상황이 종결돼버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드루킹이 대선 때) 도와줬으니 자리를 달라고 한 것이고, 김 의원의 인사 추천이 들어지지 않으니 앙심을 품고 우리를 공격한 것 아닌가”라며 “우리가 피해자”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본질은 드루킹이 매크로라는 불법방식, 기계로 (댓글 작업을) 돌렸냐 안 돌렸냐가 핵심이자 본질”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내부 인사시스템을 개편할지 여부에 대해 “그 부분은 추후 인사수석실 차원에서 진행할 일”이라며 “아직 정해진바는 없다.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왼쪽)과 한병도 정무수석이 지난 3월2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이낙연 총리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