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메모리 매각, 중국 어깃장에 철회 가능성까지

5월말 분수령…"낸드 활황에 IPO로 선회" 관측

입력 : 2018-04-23 오후 5:42:02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일본 도시바의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 매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반독점 심사 승인 지연으로 당초 매각 시한이던 3월 말을 넘긴 데 이어 다음달 말까지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매각이 전면 철회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도시바는 이를 일축하고 조속히 매각을 완료하겠다고 밝혔지만, 반도체 굴기에 나선 중국이 어깃장을 놓으면서 매각 무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교도통신, 마이니치 등 일본 주요 언론은 도시바가 5월 말까지 도시바메모리 매각에 대한 중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매각 자체를 중단키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매각을 철회할 경우 사업에 필요한 설비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도시바메모리 기업공개(IPO) 검토에도 착수했다.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위해서는 반도체 수급이 많은 주요 8개국(한국·일본·EU·미국·대만·필리핀·브라질·중국)에서 반독점법 심사를 받아야 한다. 현재까지 중국을 제외한 7개국이 승인했다.
 
도시바메모리는 자본잠식에 빠진 도시바가 회생을 위해 영업이익의 90%를 책임지는 반도체 부문을 따로 떼내 설립한 회사다. 지난해 9월 미국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과 2조엔 규모의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SK하이닉스는 4조원을 투자하고 향후 의결권을 최대 15%까지 확보하기로 했다. 당초 지난달까지 매각을 마무리 지으려 했으나 중국이 제동을 걸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도시바 재무상황이 개선된 점도 도시바메모리 매각 보류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요인이다. 도시바는 지난해 12월 6000억엔 증자에 성공하며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반도체 호황으로 낸드플래시 수요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도시바 주주들 사이에서는 알짜사업을 매각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도시바는 23일 성명을 내고 "매각 취소를 포함한 어떤 구체적인 방침을 결정한 바 없다"며 "한·미·일 연합에 매각하는 작업을 이른 시일 내에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구루마타니 노부야키 도시바 회장은 "중대한 변화가 있지 않은 한 매각을 취소하는 옵션은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도시바는 공식적으로는 가능한 빨리 매각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현재 25%에서 오는 2025년까지 7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하며 자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미국과 무역마찰을 벌이고 있어 미국 기업과 관련된 인수합병 승인 심사에 대한 검토가 길어질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도시바메모리 인수가 무산되더라도 SK하이닉스가 입을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과거에는 도시바가 낸드플래시 원천기술을 통해 시장을 주도했지만 기술 격차가 좁혀지면서 제품 경쟁력에는 큰 차이가 없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컨소시엄 참여로)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방어하고 차세대 기술 개발 등 협력 범위가 넓어지는 점이 긍정적이었지만 최악의 경우 인수가 무산되더라도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2조엔 규모의 초대형 인수합병인 만큼 끝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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