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가격보다 마음의 만족을 중요시하는 '가심비'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며 니치향수의 인기가 달아오른다. 니치향수는 조향사가 천연향료를 사용해 직접 향을 제조하고 대량 판매보다 품질 관리에 신경쓰는 향수다. 천연향료로 만들기 때문에 은은한 향이 특징이다.
니치향수는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6일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스웨덴 니치향수 브랜드 '바이레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0.7% 증가했으며 올해 4월까지 77.4%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과 판매를 시작한 '딥디크'는 1월부터 4월 사이 목표매출의 125%를 달성했다. 이탈리아 브랜드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시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이 34.6% 증가했다.
이러한 매출 증가에는 소비자의 '가심비' 트렌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고가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만족도를 고려해 망설임 없이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프랑스·이탈리아 브랜드의 니치향수는 샤넬·디올 등에서 출시하는 향수보다 약 두 배 높은 20~40만원의 가격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명품 의류·가방 등 몇백만원대의 고가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프리미엄 향수를 구매하는 '립스틱 효과'가 나타난다는 평가도 있다.
니치향수의 제품적 특성도 매출증가에 기여했다. 천연 향료를 사용하는 니치향수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최근의 향수 트렌드와도 맞물린다. 기존의 향수들은 대체적으로 향이 강하고 인위적인 것이 특징이었다. 니치향수가 아닌 일반향수를 주로 취급하는 CJ올리브영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4월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은 20%였지만 올해 1월부터 4월에는 매출이 12% 증가해 증가율이 둔화됐다.
남성들의 니치향수 선호도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자신을 꾸미는 그루밍족이 급격하게 증가하며 화장품 뿐만 아니라 향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남성 화장품은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남성의 경우 향수에서 차별점을 찾으려고 하는 경향도 보인다.
조향사로 활동 중인 김예진 대한향장문화예술진흥협회 간사는 "소비자들이 흔한 향보다는 개성있고 독특한 향을 많이 찾아 니치향수의 소비가 늘어난 것"이라며 "여성·남성 모두 중성적인 향을 주로 선호한다"고 전했다.
가심비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며 니치향수의 인기가 크게 늘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 입점한 니치향수 브랜드 '조말론'. 사진/뉴시스
김은별 기자 silversta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