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중국의 미묘한 속내가 중요하다

입력 : 2018-04-30 오전 6:00:00
예상된 반응이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두 남북 정상 간의 회담이 준 감동은 컸다.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MDL)을 넘나드는 모습은 독일 통일의 ‘데자뷔’처럼 한반도 통일이 성큼 다가온 듯 느껴지기도 했다.
 
두 정상의 만남이 양측이 사전에 합의하고 기획된 연출에 따른 동선이었다고 해도 핵과 전략무기로 대치하던 불과 몇 개월 전과 대비되면서 ‘이게 실화냐’며 눈물을 흘린 사람도 부지기수다. 중국 네티즌들은 김정은 위원장을 “가장 위대한 80년대생”(빠링호우 80後-1자녀 정책 시행 후 태어난 80년대 이후 태어난 사람)이라고 격찬하기도 했다.
 
4·27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와 동북아 세력균형에 변화를 몰고 올 계기가 될 것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5월 말에서 6월 초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에서 ‘핵폐기’ 문제에 대한 매듭이 지어질 수 있다면 그 성과는 더 빛날 것이다. 다만 향후 전개될 남북 또는 북미·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하게 될 중국의 입장은 미묘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중국패싱론’을 일축하고 김 위원장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중국역할론’을 재삼 확인시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남북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미리 예측하고 있었을 것이다. 베이징에 간 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서 내놓을 ‘카드’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중국 측의 지지와 조언을 요청했을 것이다.
 
판문점 선언이 나온 뒤 중국은 ‘성공적’이었다며 공식적으로 축하 환영했다. 중국 외교부 루캉 대변인은 “중국은 남북관계의 개선을 일관되게 지지해왔고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쪽이 지속해서 화해와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를 희망하고 믿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루캉 대변인은 “이를 위해 중국은 적극적 역할을 계속하기를 원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중국패싱론’은 안 된다는 얘기다.
 
외신들이 남북과 미국이 남·북·미 3개국 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을 제기하자 중국의 반응이 주목되고 있다. 중국은 휴전 협정의 종전 협정으로의 전환의 당사자로 절대 배제시킬 수 없을 뿐 아니라 북핵문제에 있어서도 대북제재에 적극 참여하면서 북한을 압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른 상황에서 섣부른 중국의 영향력 약화시도는 향후 전개될 비핵화 협상에서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이 마무리된 후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과 장시간 전화통화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을 넘기고 회담의 상세한 내용을 설명해준 것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트럼트 대통령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이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다. 문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도 전화를 걸어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주요 이해당사자인 중국에 대한 배려를 했다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 중에는 ‘평화통일의 한반도는 대부분의 (중국)사람의 이익과 맞지 않는다’는 시니컬한 댓글에 제법 공감대가 높았다. 정상회담을 통해 조성된 남북화해와 교류 및 평화의 분위기가 통일로 이어지길 바라는 분위기가 못마땅한 것이다.
 
중국이나 미국의 입장은 어느 체제로든 한반도가 빠른 시일에 통일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중국은 특히 내심 북한이 붕괴되거나 한반도가 한국 주도로 통일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한반도의 평화공존 분위기도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시 주석 입장에서도 향후 10년 이상 장기집권의 길을 열어놓은 마당에 한반도의 급격한 정세변화는 절대로 원하지 않을 것이다. 현상유지가 중국의 기존 입장이었다면 북한이 진정으로 핵무기를 폐기하고 북미수교와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중국식이든, 베트남식이든 개혁개방의 길로 급전환한다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세계 최강국을 향한 미국과의 10년 전쟁에 돌입한 시 주석으로서는 북한이 핵 포기를 통해 북미수교와 미국의 대대적인 지원을 통한 경제발전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면 베이징의 바로 옆에 있는 평양도 불편해질 것이 틀림없다.
 
이런 구도를 알아채고 있는 미국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을 진정성 있게 포용한다면 북핵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구도는 급진전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이를 모를 리 없다. 협상은 도박과 다를 바 없다. 서로가 상대방의 카드를 알아채고 있고 서로가 ‘판’을 읽고 있다. 노련한 트럼프 대통령과 배려심 많은 문재인 대통령, 영리한 김정은 위원장 그리고 속내를 숨긴 시진핑 주석 간의 한판 대국이 점점 흥미로워지고 있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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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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