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실험장 폐쇄 공개, 비핵화 진정성 의지

'검증 가능한' 비핵화 첫 단추…국제사회에 핵역량 과시 시각도

입력 : 2018-04-29 오후 5:47:49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북한이 5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공개키로 한 건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에 진정성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일각에선 그간 축적된 ‘핵 역량’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9일 오전 브리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부 핵 실험장 폐쇄를 5월 중 실행할 것이라며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와 언론인들을 조만간 북한으로 초청하겠다고 밝혔다”고 발표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일부에서 못쓰게 된 것을 폐쇄한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시설보다 더 큰 2개의 갱도가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강조했다고 윤 수석은 부연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북한이 역대 6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한 상징적인 장소다. 미 정보 당국 등에 따르면 현재 풍계리 1번 갱도는 잦은 핵실험으로 이미 폐쇄됐고, 2번 갱도 역시 지반이 약해져 붕괴 조짐이 포착됐다. 그러나 3번 갱도가 완성단계로 언제든지 핵실험이 가능하며, 4번 갱도 역시 굴착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이 핵기술 고도화를 위해 필수적인 핵실험장을 폐쇄하는 것은 ‘더 이상 핵기술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북한이 지난 2008년 실시한 ‘영변 원자로 냉각탑 공개 폭파’와 비슷한 일종의 보여주기 식 전략이라는 비판도 있으나, 일개 건물로 언제든지 복구 가능한 냉각탑 폭파와 최소 4개의 갱구를 가진 거대 실험장 폐쇄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비핵화 합의 이행 의지를 분명하게 담은 메시지”라며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위한 동결 과정의 첫 시작인 핵실험장 폐쇄·봉인, 이른바 ‘셧다운’의 시작을 외부에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핵실험장 폐기 조치와 북한이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20기 가량의 핵무기 폐기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라는 지적도 있다. 핵실험 중단은 역설적으로 핵기술 완성을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핵실험장의 규모와 시설 등을 전문가들에게 공개 검증받아 핵기술 수준을 과시하고,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20일 평양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주재하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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