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물벼락 갑질 논란으로 국민적 공분을 산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조 전 전무는 1일 오전 9시56분쯤 서울 강서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조 전 전무는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조 전 전무는 '유리컵을 던진 것과 음료를 뿌린 것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허리를 굽히며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총수일가 사퇴론에 대한 생각' 등 이어진 취재진의 질문에도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취재진의 질문이 계속되자 조 전 전무는 잠시 울먹이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목소리도 떨렸다. 2분가량 취재진 앞에 선 그는 경찰서로 들어가기 직전 한 번 더 고개를 숙였다. 조 전무는 "진심으로 죄송하다"라는 말만 6차례 되풀이했다.
1일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가 서울 강서경찰서에 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 조 전 전무는 조사실에 들어가기 전 고개를 숙이며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그는 지난 3월1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광고대행사 직원들과 회의 도중 물컵을 던지고, 컵에 든 음료를 뿌리는 등 '갑질' 행동으로 논란을 야기했다. 경찰은 지난달 17일 해당 사건을 정식 수사로 전환하고, 조 전 전무에 대한 출국정지를 신청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왔다. 조 전 전무는 폭행 및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날 출석한 조 전 전무를 상대로 사실관계 여부를 물었다.
이날 강서경찰서 청사 앞에는 수십여명의 취재진과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 정의당·민중당 당원 등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일본 등 외신 기자들도 조 전 전무의 반응에 귀를 기울이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땅콩회항의 피해자이기도 한 박 사무장은 '사과는 당사자에게, 범죄자는 감옥으로'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조 전 전무의 구속수사를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조 전 전무가 경찰에 출석하면서 조양호 회장 일가의 폭언과 탈세 등 그간 불거진 의혹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조 회장 일가족이 대한항공을 이용해 해외 고가 명품을 관세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밀반입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김영문 관세청장은 지난달 30일 "한진 총수일가와 관련한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세관 직원 간 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엄정히 감찰을 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경찰은 조 전 전무의 어머니이자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횡포에 대해서도 내사를 진행 중이다. 이 이사장은 지난 2014년 인천 하얏트호텔 신축 조경 공사장에서 현장 직원들의 팔을 끌어당기거나 삿대질을 하는 등의 모습이 공개돼 물의를 빚고 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