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두고 이통사 복잡한 ‘셈법’

방송통신업계, 수익배분·망사용료 등 이해관계 엇갈리며 ‘잡음’

입력 : 2018-05-29 오후 5:37:33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이동통신사들이 방송통신시장의 ‘뜨거운 감자’ 넷플릭스를 두고 셈법이 복잡하다. 콘텐츠 차별화에 매력을 느끼면서도 국내 미디어 환경을 해친다는 비판에 주춤하는 모양새다. 더구나 글로벌 IT기업의 망 사용료 이슈, 콘텐츠 수익배분 문제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최근 이통사들은 본업인 무선사업이 주춤하자 홈미디어·콘텐츠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옥자’를 시작으로 예능·드라마 등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대폭 늘린 넷플릭스가 이통사에게 매력적인 이유다. 넷플릭스는 아직 인터넷(IP)TV와 제휴를 맺은 적이 없어 확실한 선점 효과도 기대된다. 업계에선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 제휴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유튜브 키즈, 애플뮤직 등과 제휴 관계를 맺고 콘텐츠 차별화에 적극적이었고 넷플릭스와도 현재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다만 LG유플러스 측은 “특정 요금제의 모바일 프로모션과 관련해 제휴를 맺었을 뿐 넷플릭스와의 콘텐츠 제휴는 결정된 바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KT와 SK브로드밴드 역시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내 방송통신시장에서 넷플릭스에 대한 이해관계가 엇갈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공룡인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란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국방송협회는 지난 17일 성명서를 내고 “넷플릭스와 불합리한 조건으로 제휴를 맺는다면 국내 미디어산업을 피폐하게 만드는 꼴”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수익배분 정책은 9대 1로 알려져 있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90% 수수료를 가져가는 방식은 국내 사업자에 대한 명백한 역차별”이라며 “국내 콘텐츠사업자의 수수료는 현재 30~50%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통사 입장에서 망 사용료 이슈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넷플릭스는 CJ헬로와 딜라이브 등 국내 케이블TV와 제휴하면서 망 사용료를 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주요 콘텐츠를 국내 캐시서버에 저장해 자체 운영한다. 하지만 향후 모바일이나 IPTV 플랫폼에 넷플릭스가 본격 진출하면 트래픽 급증이 예상되는 만큼 적절한 망 사용료 협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통사들이 현재 페이스북과 망 사용료 협상을 진행 중이라 이 결과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이통사뿐 아니라 방송통신업계 내에서 다양한 플레이어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문제”라며 “본격적인 넷플릭스 진출을 앞두고 잡음이 계속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로 국내 첫 투자한 영화 ‘옥자’의 기자간담회 모습. 사진/뉴시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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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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