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삼성증권 ‘유령주식’ 매매사태와 관련해 “현금과 주식배당 시스템을 완전 분리시키고 은행전산망을 통해서만 우리사주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개미투자자'의 접근성을 늘리는 등 ‘공매도’ 제도 개선의지도 드러냈다.
최 위원장은 31일 청와대 페이스북 방송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 및 공매도 금지‘ 청원에 대해 답했다. 이번 청원은 지난 4월6일 삼성증권 일부 직원들이 잘못 배당된 우리사주를 매도한 것이 알려지면서 증권회사의 허술한 시스템에 대한 규제와 함께 신뢰하기 힘든 공매도를 금지하라는 내용으로 한 달 만에 24만2286명의 국민이 동참했다.
최 위원장은 “발행주식 총수의 30배가 넘는 주식이 입고된데다 일부 직원은 실제 주문을 내는 등 전산시스템과 내부통제가 부실했다는 점이 확인됐다”면서 “시장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에 엄중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측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주식을 매도한 삼성증권 직원 21명을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지난 28일 삼성증권 본사 4곳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주가 급락으로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 500여명에게는 삼성증권이 약 4억5000만원을 보상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지난 9일 전체 증권사를 대상으로 주식 매매시스템 점검에 착수했다.
최 위원장은 “내부통제 미흡 등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중이며 6월 중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현금과 주식배당 시스템을 완전 분리시키고 은행전산망을 통해서만 우리사주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유 물량보다 많은 주식을 매도하지 못하도록 매매시스템을 실시간 검증하고, 잘못된 매도 주문 접수 시 이를 즉시 취소할 수 있는 ‘비상버튼 시스템’도 갖추겠다”고 부연했다.
그는 청원인의 공매도 제도 폐지 요청에 대해선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제도로, ‘착오’로 입고된 주식을 매도한 이번 사고와는 관련이 없다”며 “다양한 투자전략의 하나인 공매도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주요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매매기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대한 불신 때문에 청원에 폐지 요구가 포함된 것 같다”면서 “긍정적 기능도 있는 공매도 제도에 대해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정부는 향후 개인투자자가 빌릴 수 있는 주식 종목과 수량을 확대해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무차입 공매도 등 이상거래를 실시간 확인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공매도 관련 규제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과 함께 부당이득 환수를 위한 과징금까지 부과하도록 법 개정도 추진한다.
이외에도 최 위원장은 기업이 원활하게 사업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자본시장 3대 개혁과제’도 함께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은 자본시장에서 42조6000억원을 조달했으나 이 중 중소기업은 3조2000억원 확보에 그쳤다. 최 위원장은 “중소, 벤처기업이 보다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공모·사모 자금 모집체계를 개편하고 신규공모시장(IPO)의 신주배정방식 등을 개선, 시장 혁신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사전 규제는 과감히 줄여나가되, 투자자 피해, 시장질서 교란 등에 대해 사후 규제와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하겠다”도 했다.
한편 청와대는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에 대해 답하고 있으며, 현재 ‘선관위 위법사항 국회의원 전수조사’, ‘tv조선 종편 허가 취소’, ’자주포 폭발사고 장병 치료 및 국가유공자 지정‘ 등 6개의 청원이 기준을 충족해 답변이 예정돼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