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논란'으로 시작된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점업계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엔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사업자 입찰 발표에서 가장 높은 입찰액을 써낸 롯데가 탈락하며 잡음이 일고 있다.
롯데는 "최고가 입찰을 했는데 우린 들러리였느냐"고 불만을 드러냈고 인천공항공사는 "(롯데가 낸) 사업제안서가 최하점 평가를 받았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당초 업계에서는 사업제안서보다 입찰 금액에 따라 사업권이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고 공사측이 세부 항목에 대한 결과표를 비공개로 부치기로 해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업계는 양쪽 모두에 냉소적인 분위기다. 임대료 때문에 철수와 입점을 번복하며 들락날락하려는 롯데나, 임대료 인하를 두고 명분없이 갈등만 키운 인천공항공사 모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임대료 갈등'은 지난해 여름 시작됐다. 표면적으로는 롯데와 공사측의 갈등이었지만 면세점업계 전반이 임대료 인하의 필요성에 공감했던 게 사실이다. 중국의 '사드보복' 이후 면세점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며 경영난에 시달린 건 비단 롯데뿐만은 아니었기때문이다.
이같은 여론에 올 초까지 '27.9% 인하'로 버티던 공사는 롯데가 사업권까지 반납하고 철수하고 나서야 임대료를 파격적으로 내렸다. 공사가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엔 면세점협회도 공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 인천공항 면세점 인도장의 고율 임대료가 부당하다며 공사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공사는 "면세품 인도장이 공공서비스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면세점업체들의 '사적 영업시설'로 봐야 한다"며 매출에 따른 임대료율을 적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논란 역시 법정공방까지 비화된 만큼 협회와 공사의 갈등구도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공사측과 면세사업자들의 잇단 갈등은 깨져버린 신뢰에서 비롯된 걸로 보인다. 그럼에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세계 1위 면세시장'과 '세계 공항서비스평가 12년 연속 1위'라는 타이틀 모두 면세업계와 공항공사가 함께 이룬 업적이라는 점이다.
면세사업자는 높은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인천공항에서 사업장을 운영해 글로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 공사도 면세점 임대료로 얻은 수익을 통해 세계 최고의 공항을 운영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상생의 톱니바퀴이자 세계로 진출하는 교두보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왔고 앞으로도 그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
끝없는 성장의 역사를 써내려 갈 것 같던 면세산업은 지난해 존폐의 기로에 몰렸던 아픈 기억이 있고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았다. 이제라도 면세업계와 공사측은 갈등과 반목을 끊고 '운명공동체'라는 인식 속에 다시 상생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