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중국과 러시아가 12일 있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해법에 다시 한 번 무게를 실었다. 북한을 지원하는 동시에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과정에서 주요 당사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기간 중이던 8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별도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양국 입장을 조율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에서 평화와 안정이 정착되는 데 관심이 있다”면서 “남북 간 협상이 중러 로드맵(한반도 문제의 평화적·단계적 해결 구상)의 논리를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북한 핵문제를 놓고 미국의 ‘일괄타결’ 방식보다는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해법에 힘을 얹은 셈이다.
두 정상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9일 “시 주석이 전날 베이징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한반도 정세와 이란 핵 문제 등 공동 관심사에 대해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했다”는 정도만 언급했다. 상황을 관망하면서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향후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우리(러시아, 중국)의 입장은 아주 가깝다”며 “양국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로드맵을 제안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한반도 정세가 남북미 3자 중심으로 흘러가자 중러가 힘을 합쳐 자신들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임을 재차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SCO 회의기간 중 함께 고속철도를 타고 톈진으로 이동해 양국 청소년 친선 아이스하키 경기를 관람하는 등 밀월관계를 과시했다.
이와 함께 북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달 말 방북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라브로프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완전한 비핵화 노력에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러시아가 북한의 우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반도 문제를 자국의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는 중국도 올들어 두 차례 북중 정상회담과 왕이 외교부장 방북 등으로 대응했다.
우리 정부는 양국의 패싱 우려를 불식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설득 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1~23일 러시아를 국빈 방문하는 가운데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신북방정책 핵심 파트너인 러시아와의 실질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양국 간의 전략적 소통과 협조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종전 선언·평화협정 과정에서 중국 측이 내보이고 있는 불만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중국과 긴밀히 논의, 소통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8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이 수여하는 최고 권위 '우의훈장'을 목에 걸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