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중국이 LCD 부문에서 한국을 추월한 가운데,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OLED에서도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한국을 거세게 추격 중이다. LCD 굴기를 성공적으로 해낸 경험을 토대로 OLED 부문에서도 한국과 주도권 경쟁을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14일 KDB미래전략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OLED 생산능력 점유율은 29%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9%에서 대폭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한국의 생산능력 점유율은 89%에서 67%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중국의 생산량이 늘어난 만큼 한국의 비중이 줄어드는 제로섬 게임 양상이다. OLED 시장에서 한국의 우월적 지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마냥 안심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LCD 시장으로 시선을 옮기면 중국의 영향력은 놀랍다. 지난해 글로벌 생산량의 28%를 차지했던 중국은 오는 2020년 이 비율을 4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35%에서 27%로 위축이 예상된다. 양국 간 격차도 사실상 추격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
LCD 시장 후발국이 1위로 부상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다. 중국은 2011년 '12차 5개년 계획', 2014년 '2014~2016 신형 디스플레이산업 발전행동 계획' 등을 통해 디스플레이를 전략육성 산업으로 분류하고 다양한 혜택을 부여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찰떡 공조가 빛났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중국 중앙정부는 산업 선순환 생태계 구축에 집중한다. 기술 역량 확보가 주된 목표다. 생산면적 기준 국산화율 80%라는 공격적 목표를 설정한 후 농촌 지역의 가전제품 소비를 촉진하는 이른바 '가전하향' 정책으로 디스플레이 수요 확대를 유도했다. 또 패널 관세를 인상하는 등 다양한 무역 장벽을 통해 자국 기업들이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
지방정부는 보다 직접적인 방식으로 기업들을 지원한다. 패널 기업의 신규 설립시 공동투자 방식으로 자금을 댔다. 지방정부 산하 공기업과 공공펀드를 끌어들였다. 그 결과 생산라인 설립에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자금은 전체 투자의 5%에 불과하다는 계산도 나온다. 실제로 460억위안(약 7조8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 BOE의 6세대 B11라인에는 멘양시 지분이 77%가량 들어가 있다. 10.5세대 B9라인은 허페이시 지분이 92%를 차지한다. CSOT도 우한, 선전시 등으로부터 40% 안팎의 지분 투자를 받았다.
중국은 이 같은 LCD 성공 모델을 OLED에도 이식하려 한다. '중국제조2025' 등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패러다임의 중심은 OLED로 이동했다. 업계에 대한 보조금 중 상당수도 OLED 영역에 배정됐다. 현재 중국 업체들은 6개의 중소형 OLED 생산라인을 건설 중이다. 앞으로도 5개의 생산라인이 신설될 예정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