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탄핵 촛불민심의 매서움이 6.13 지방선거 결과로 드러났다. 적폐를 도려내고 변화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의 요구는 보수의 성지까지 번지며 그들을 몰아냈다.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무려 14곳을 차지했다. 역사상 가장 큰 쾌거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수도권은 물론 텃밭인 PK(부산·울산·경남)에서 몰패했다. 한국당은 1995년 지방선거 도입 이후 단 한 번도 PK를 뺏긴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PK에선 기초단체장도 대부분 민주당이 차지하는 대이변을 기록했다.
한국당은 보수의 심장부인 TK(대구·경북)를 가까스로 지켜냈지만, 민주당 후보들 역시 역사상 유례 없는 득표율을 기록하는 등 민심은 보수에 최후의 경고를 날렸다. 특히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한국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시장을 민주당에 빼앗겼고, 서울 ‘강남 3구’ 가운데 강남과 송파까지 내어주면서 텃밭을 대부분 잃었다.
한국당의 참패는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됐다. 민주당은 올해 초 급변한 한반도 해빙 무드와 이를 이끈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무기로 “힘 있는 여당 후보에 힘을 실어 달라”고 선거운동을 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대북정책 등 정부여당의 정책을 발목만 잡고, 야당으로서의 대안은 제시하지 못해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는 평가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 실장은 “보수진영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며 “오히려 예전보다 더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국민들에게 야당 심판에 대한 심리적인 요인을 더 강화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당장 지도부 책임론 등 후폭풍에 휘말렸고,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4일 “모두가 제 잘못이고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면서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바른미래당 선거를 지휘한 유승민 공동대표도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바른당 안철수 후보 역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국당 김문수 후보에게 밀려 3위를 기록하며 당분 간 2선 후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야당이 지도부 사퇴 등 후폭풍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한국당 홍준표 대표,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