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유임한 채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 등 경제라인을 물갈이 했다. 장 실장이 주도하는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의 기조를 유지하되 실무적 뒷받침을 강화하고 혁신성장에도 힘을 싣겠단 의지로 읽힌다.
청와대는 두 수석 교체에 대해 “지난 1년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방향성을 정립하는 기간이었다”며 “향후 문재인정부 출범 2기를 맞아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더욱 속도감 있게 실행해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성과를 신속하게 도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 안팎에선 사실상 문책성 인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홍장표 전 경제수석은 청와대 외곽 정책기획위에 신설되는 소득주도성장특위를 꾸리게 됐지만,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반장식 전 일자리수석의 경우에는 새 역할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
특히 두 전직 수석은 문 대통령이 강조해 온 소득주도성장이나 혁신성장이 성과를 내도록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반해 윤종원 신임 경제수석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등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면서 소득주도성장에 상당한 이해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고시 27회 출신의 정통 경제 관료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서울대와 행시 후배라는 점에서 혁신성장을 추진함에 있어 정부와 손발을 맞추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도 받는다. 두 사람은 2009년 글로벌 외환위기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김 부총리),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윤 수석)으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신임 일자리수석에 정태호 정책기획비서관을 승진 임명한 것은 일자리 문제를 단순 경제논리로 풀지 않고 보다 종합적으로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임 반장식 전 수석이 정통 관료출신인 것과 달리 정 신임수석은 여권 내 정책통으로 친문 핵심인사다. 노무현정부 청와대 행정관으로 시작해 정무기획비서관, 정책조정비서관, 기획조정비서관을 거쳐 대변인까지 지내면서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사회혁신수석실이 시민사회수석실로 명칭을 바꾸고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서울 양천을 지역위원장을 인선한 것은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이 신임수석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운동, 노동운동, 통일운동, 제도정치 등을 두루 경험한 인사다. 문재인정부가 향후 추진할 정책에 대한 시민사회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성 인사로 보인다.
수석급 인사 외에도 일부 비서관급 보직변경도 이뤄졌다. 특히 약 7개월동안 공석이었던 정무비서관에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이 자리를 옮겼다. 송 비서관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지만 소위 포털사이트 여론조작 ‘드루킹 사건’에 연루된 인사로 향후 특검조사 소환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제1부속비서관 자리가) 워낙 격무가 많아 일부 순환 배치를 했다”며 “(드루킹 특검 관련) 송 비서관의 혐의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으로 본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송 비서관을 국회에 출입하며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하는 정무비서관에 임명하는게 적합한지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당장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서는 임명을 재고하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청와대 인사 개편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