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최대 고비…'3중고' 넘어야

실적 부진에 지배구조 개편 제자리…노사갈등도 여전

입력 : 2018-06-28 오후 2:45:49
[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최대 고비를 만났다. 지배구조 개편은 시장의 반발로 철회해야 했고, 실적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질 않는다. 상호 신뢰를 잃어버린 노사관계도 그에게는 숙제다. 부친의 건강 상황을 감안하면 승계 시계도 한층 빨라지게 됐다.
 
28일 현대차 등에 따르면 올해 1~5월 현대·기아차의 중국 누적 판매량(도매기준)은 43만8364대로, 전년 동기(37만6895대)보다 16.3% 크게 늘었다. 외형적으로는 사드 보복 여파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지만, 예년 수준은 여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2016년 동기(66만6149대) 대비로는 34.2%, 2015년 동기(71만5736대) 대비로는 38.8% 판매량이 크게 못 미친다.
 
정 부회장은 오는 29일 제1회 한중 고위급 기업인 대화 참석을 위해, 행사를 주최하는 대한상공회의소 측과 함께 중국 베이징을 찾는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다섯 번째 중국행으로, 그가 중국 사업 회복에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 보여준다. 그럼에도 4월 4385대였던 '엔씨노' 판매량이 5월 604대로 급감하는 등 신차효과마저 누리지 못해 조바심만 커져간다. 여기에다 중국이 내달부터 수입차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크게 인하하면서 대륙 쟁탈을 둘러싼 경쟁도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사진/뉴시스
 
중국과 함께 현대·기아차의 최대 전략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실적도 시원치 않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1~5월 미국 현지 판매량은 50만7986대로 전년 동기(53만1146대) 대비 4.4 감소했다. 현대차 승용모델 판매가 21.9% 줄어든 영향이 컸다. 현지에서는 고객 니즈인 SUV 대신 승용차 위주 전략을 편 게 패착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망도 불투명하다. 미국은 수입산 자동차에 고율의 관세 부과를 예고,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발표한 '2018 품질조사'에서 1위에 오르며 경쟁력을 입증한 점이 유일한 위안이다.
 
기아차 부회장 시절 경영능력을 대내외에 인정받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여타 재벌 3세들과 대비됐던 그로서는 이 같은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게다가 부친 정몽구 회장이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현실 타개도 오롯이 그의 몫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지배구조 개편작업의 초석이었던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안이 시장 반발로 무산되면서 경영권 승계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계속해서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근절 및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는 것도 그에게는 부담이다. 대통령의 높은 국정운영 지지도와 정부의 재벌개혁 기조를 감안하면 그는 보다 개선된 안을 하루빨리 시장에 내놔야 한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노사갈등도 정 부회장에게는 숙제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도 파업 준비에 돌입했다. 다음달 2일 쟁의행위 관련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파업시 생산 차질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현대차는 파업으로 1조62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 참여를 결정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놓고도 노조와 양보 없는 대치 전선을 이어가는 중이다.
 
윤정구 이화여대 교수는 "정 부회장은 미래 파트너들을 우군으로 포함하는 포용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소통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3세 승계가 가족 승계가 아니라 조직의 미래를 위한 사명의 승계라는 점을 전달함으로써 현재 장애로 등장한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미국 관세 문제 등에 있어서도 대외적으로 현대·기아차가 가는 길이 미래 사회 방향과 일치하고 친환경적으로 기여한다는 점을 보다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설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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