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위안부 법정영화 '허스토리'의 천만 관객을 기원하며 아픈 역사에 대한 기억과 성찰을 역설했다.
박 시장은 3일 저녁 7시30분 서울 성동구에 있는 왕십리CGV에서 허스토리를 관람한 후 민규동 감독과 김해숙 배우와 함께 1시간 동안 관객과 대화했다. 영화는 부산에 거주하는 위안부 및 정신대 피해자들이 지난 1992~1998년 일본 시모노세키 지방법원에게 일본 정부의 배상과 사죄를 요구한 이른바 '관부재판'을 소재로 삼았다.
박 시장은 패널들과의 대화에서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몰랐는데 위대한 재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재판이라는 게 반드시 이겨야 이기는 게 아니고, 책임을 묻고 변론하는 모든 과정이 또 하나의 역사인데 이 일본 재판은 범죄의 잔혹함과 비인도적 성격을 인정해 의미가 굉장히 크다"고 평했다.
이어 "극중 대사에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한 것처럼 할머니들이 결국은 승리자"라며 "재판을 통해 할머니들은 돈이 아닌 자존심과 명예를 충분히 말씀해 도덕적 우위를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또 박 시장은 "'청산할 과거가 남이있는 한 과거 청산은 계속된다는 말이 있다"며 "편안하게 밥먹고 티비 보고 회사다니고, 마치 과거의 모든 것이 잊혀진 도시와 나라에 살지만 할머니의 상처를 비롯해 현대사의 상처가 주위에 많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살피고, 성찰하고 고치기 위해 행동하지 않으면 그런 일은 또다시 일어난다"며 "(재판을 도와준) 문정숙 사장, 할머니, 변호사, 영화를 만든 감독과 그걸 본 여러분이 정말 힘들고 고통스런 한반도의 원한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며 영화 관람을 독려했다.
이어진 관객과의 질의응답에서는 한 대학생이 경제세미나에서 일본 참석자로부터 박근혜 정부 당시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끝났고, 한일 통화스와프를 위해선 과거를 잊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국가간의 관계는 다면적·복합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할머니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못 받았다고 해서 모든 관계를 단절할 수는 없다"며 "일본에서 왜곡된 역사교과서 채택률이 0.01%밖에 안될 정도니 좀더 복합적으로 바라보고 일본 학생을 너무 미워하지 마라"고 달랬다.
이어 "유럽은 수세기 피가 강이되고 바다가 됐지만 초국가 공동체를 만들었다"며 "가해자의 사과가 있으면 우리 동아시아도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대화 마지막 순서에서 패널들은 '허스토리 이제 우리가 함께 할 시간입니다'라는 손글씨를 적었다. 박 시장은 천만번째 관객에게 손글씨를 줄 것을 약속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해숙 배우(오른쪽 첫번째), 민규동 감독(오른쪽 두번째)이 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영화 '허스토리' 관객과의 대화를 마친 후 흥행을 기원하는 손글씨를 들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