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이) 돈을 받으려고 성장하면 좋죠. 저희가 바라는 게 그것입니다."
SK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의 연구원이 지난 6일 아시아 규모로 열린 사회적경제기업 정책대화에서 한 말이다. SK CSES는 3년 동안 사회적기업의 사회 가치를 측정해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날 대만의 한 사회적기업 설립자는 "사회적기업이 돈을 받기 위해 사업을 성장시켰는가"라고 질문했고 연구원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런가 하면 고용노동부 산하의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사회적 가치 평가 지표를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적용을 꺼려하고 있다. 획일화된 기준이 경직된 사회적기업을 대량 양산할까봐 우려하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사회 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이윤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영리기업과 다르다. 그러면서도 가치 실현을 위해서는 이윤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비영리단체하고도 다르다. 따라서 자금에 목마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에 정부는 몇 년 전부터 법을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관 주도 사회의 특성이 표출되면서 부작용이 없지 않다. 그 중 하나가 사회적기업들이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의존하는 현상이다.
앞으로는 민간이 주도하는 서양의 고질적 문제까지 겹칠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이윤과 효율적인 영업활동에 너무 초점을 맞춘 나머지, 영리기업과 차이점이 흐릿해지는 현상이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과제로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설정했다. 민간 주도 재단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5년 동안 3000억원 등 대대적인 민간 기금을 사회적기업에 공급하려 하고 있다.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를 투자자에게 매력있는 상품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사회적 가치'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인지 계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사회적 가치 '평가'가 중요해진다. 무엇이 사회적 가치이며,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역시 정부 과제에 들어있다. 지금은 SK가 나름대로 두각을 나타내는 영역이지만, 앞으로는 기업의 사회적책임이 중요해지는 만큼 점점 더 뛰어드는 기업이 많아질 것이다.
사회적기업은 제1섹터인 정부와 제2섹터인 시장이 모두 한계에 부딪히자 발달한 제3섹터(사회)의 것이다. 아직은 미약해서 정부와 시장으로부터 자금을 받아야 하지만 늦기 전에 고유의 색깔을 잃지 않도록 해법을 찾아야 한다.
신태현 사회부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