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 시장에서 총공세를 펼친다. 인도 노이다 신공장 가동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 현지화 전략에 박차를 가한다. 이 공장을 중국·베트남과 함께 세계 3대 스마트폰 생산 거점으로 삼아 적기 공급도 강화할 방침이다. 친(親)인디아 정책 강화 일환으로 인도 정부의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 정책과 관련한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 1위 탈환을 위한 신호탄인 셈이다. 스마트폰 동력을 잃은 삼성전자가 인도 시장 강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공들인 인도시장 샤오미에 뺏겨
인도는 북미 시장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으로 성장했다. 중국과 북미 시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1억800만대 판매량을 기록한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올해 1억3780만대 수준으로 성장해 2022년에는 2억대를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6년 만에 시장 규모가 2배 가까이 확대된다는 얘기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한 자릿수로 정체된 상황에서 인도는 규모와 성장성을 모두 갖춘 시장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인도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감안해 공을 들여왔다. 지난 1995년 인도에 처음 진출한 뒤 20여 년간 판매와 생산, 연구개발(R&D), 디자인 등에 꾸준히 현지 투자를 진행해왔다. 인도에는 서남아 총괄법인과 판매법인, 생활가전·스마트폰 생산법인, R&D·디자인센터 등이 자리잡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2016년 9월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접견한 뒤 인도를 전략 거점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약속하는 등 인도시장을 직접 챙겨가며 공을 들였다.
2012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삼성전자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다. 중저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2015년 1월 삼성전자의 자체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탑재한 Z1을 인도시장에 처음 공개하는 등 세력 구축에도 나섰다. 하지만 2016년 본격적으로 중국 업체들이 진출하면서 시장 지형도가 빠르게 변했다. 최근에는 샤오미를 필두로 비보, 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까지 샤오미에 1위를 내줬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와 샤오미의 점유율을 각각 23%, 25%였다. 1분기에는 점유율 격차가 더 커져 삼성전자 26%, 샤오미 31%를 기록했다. 비보(5.8%)와 오포(5.6%), 화웨이(3.4%)까지 합하면 1분기 중국 업체들의 인도 점유율은 45.9%에 달한다.
샤오미가 인도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의 결과다. 소득 수준이 낮은 탓에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아직까지 150달러(약 17만원)를 밑도는 저가 스마트폰이 대세를 이룬다. 상반기 출시된 샤오미의 홍미노트5는 1만루피대로 한화로 20만원 미만이다. 인도 현지생산을 강화하고, 불필요한 기능을 빼 중국보다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샤오미를 앞서라"···현지생산 늘리고·친 인디아 전략 확대
샤오미에 내준 1위 자리를 되찾기 위해 삼성전자는 가격 경쟁력 확보와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공장 증설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해 6월 6억5000만달러(8000억원)를 투입해 12만㎡에 이르는 기존 노이다 공장 부지를 24만㎡로 확장에 돌입했다. 9일(현지시간) 준공식을 가진 이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삼성전자의 인도 스마트폰 생산량은 현재 월 500만대에서 1000만대로 늘어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 확대로 내수 물량이 늘어나고 있고, 이를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준공식에는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삼성전자 인도 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별도로 이 부회장도 공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과 이날 현지에서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처음으로 만나 사업과 관련해 다양한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생산이 확대되면 가격 경쟁력 향상과 함께 물량 공세가 가능해진다. 인도의 스마트폰 수입 관세는 기존 15%에서 20%로 인상됐다. 현지에서 물량 조달을 못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 이미 샤오미는 인도에서 6개 공장을 운영하며 인도에서 판매되는 제품 95%를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아울러 친 인디아 전략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믹타임즈 등 현지 외신은 삼성전자가 인도 현지 사업 확장에 대한 추가적 발표 가능성을 높이 전망했다. 지난 2016년 이 부회장이 모디 총리와 접견자리에서 "삼성은 단순한 외자기업이 아닌 인도 로컬기업으로서 인도의 미래를 같이 고민하는 동반자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한 데 따른 연장선이다. 지난해 투자로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에 일조했고, 이번에는 인도의 수백만명의 젊은 인도 청년들이 주도하는 디지털 인디아 운동과 관련한 투자 내용이 잇따를 것이란 얘기다. 앞서 삼성전자는 인도 내 스마트 헬스케어 센터 20곳을 오픈한 바 있다.
성장 둔화 IM사업 터닝포인트 될까?
업계에서는 올 2분기 IM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이 2조원대로 내려앉아 성장 동력이 둔화된 상황에서 인도 시장 공략 강화가 실적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중국 업체들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북미 등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곳곳이 포화에 달해 성장이 정체되면서 대부분의 글로벌 스마트폰 기업들은 차세대 시장인 인도로 집결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로서는 이번 증설을 통해 인도 시장에서 중국의 견제를 따돌리고 입지를 확고해야 한다는 것이 임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