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최정우 포스코 회장 후보자를 겨냥해 정치권이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다. 과거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됐던 포스코 잔혹사의 근원이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 외압이었다는 점에서 이를 대하는 포스코 안팎의 분위기도 예사롭지 않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포스코바로세우기시민연대와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 자원외교 부실투자 등 비리 의혹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사 대상으로는 포스코건설이 산토스 CMI를 376억원에 매입한 후 68억원에 매각한 것을 비롯해 포스코엔지니어링이 영국 EPC를 1414억원에 사들인 후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되팔아야 했던 것들을 지목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오른쪽 세번째)이 포스코바로세우기시민연대와 함께 11일 국회에서 '포스코 비리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왼쪽 사진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 후보자. 사진/안민석 의원실, 포스코
이 같은 주장은 앞서 지난 9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포스코바로세우기시민연대가 연 기자회견 내용과 궤를 같이 한다. 중심에는 최 후보가 있다. 추 의원 등은 최 후보가 포스코건설 기획재무실장, 포스코 가치경영실장 등을 지내면서 산토스와 EPC 인수 및 매각에 깊이 관여했으며, 이로 인해 포스코의 비리 의혹들이 '기승전최(정우)’로 연결된다고 주장했다. 최 후보를 일차적으로 검증하고 추천한 포스코승계카운슬에 대해서도 박근혜정부 때 만들어진 '비선 적폐'라고 공격했다.
포스코는 정치권의 이 같은 공세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부 정략적 의도를 지닌 주장과 함께 시중에 나도는 설까지 더해지면서 심각한 명예훼손의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이에 국회 의원회관을 돌며 정확한 경위 설명과 함께 허위고발 등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 방침을 세웠다. 일부에서는 승계카운슬 제도가 지난 2009년에 만들어진 데다, 그 목적이 '정치권 외압 논란 차단'이라는 점에서 현재 정치권의 최 회장 흔들기가 과거 정권과 다를 게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치권의 포스코 흔들기는 승계카운슬 검증 과정에서 이미 불거져 '신적폐 논란'을 낳은 바 있다. 지난달 19일 정인화 민주평화당 의원, 20일에는 권칠승 민주당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 회장 선임 절차를 비판했다. 권칠승·박광온 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포스코 미래 50년을 위한 3차 긴급좌담회'에서는 정치권이 더 적극적으로 포스코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에 청와대가 빠지니, 여당이 나서 과거 행태를 되풀이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차기 포스코 회장 자리를 놓고 최 후보와 겨뤘던 경쟁자 측의 배후설도 제기된다. 9일과 이날 기자회견에 모두 관여한 포스코바로세우기시민연대는 과거 포스코에서 대관업무를 담당하다 퇴사한 정모씨가 주도하는 곳으로, 정씨는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서 다른 후보를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 측은 최근 최 후보의 배후에 3철로 불렸던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목했다가, 공개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씨는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 다른 후보를 지원한 사실이 없으며 이 전 수석과 관련하여 공개사과를 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현재 외부 세력이 최 후보를 조직적으로 위해하려고 모의한 구체적이고 명백한 물적 증거 수집에 착수했으며, 검찰에 고발장이 접수되면 무고죄로 맞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개인 및 법인에 대한 명예훼손, 회장 선임 절차를 방해한 사실에 대해서도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근거 없는 흔들기로 포스코 임직원 3만5000명이 불안해 하는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며 현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10일 출근길에 기자와 만나 "(회장직)인수인계가 문제없이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앞서 자신의 후임 회장으로 오인환·장인화 사장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 후보는 별도로 인수위를 꾸리지 않고 각 사 주요 임원들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본지가 지난 4일 발표한 '7월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에 따르면 포스코와 KT 등 민영화된 공기업 회장이 정권 교체기마다 바뀌는 현상을 근절하기 위한 대안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33.4%가 '청와대 등 정치권력의 개입 자제'를 꼽았다. 이어 '경영권 독립성 보장'(25.0%), '주주가 주도하는 선임 절차 정착'(17.4%), '내부의 줄서기 문화 근절'(16.8%), '새 주인 찾기'(5.8%) 순이었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