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대작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조영남씨가 “(내가 유죄 선고를 받을 경우) 앤디 워홀을 포함한 해외 유명작가들이 살아있었다면 다 사기죄였을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부(재판장 이수영) 심리로 열린 조씨에 대한 공판기일에서 검찰 구형과 조씨 측 최후 진술이 진행됐다. 검찰은 “조씨는 본인을 화가라고 강조했고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린 것처럼 판매해 이에 대한 피해자수가 20명이고, 피해액은 1억 8000만원 규모”라며 “명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망 행위는 다수 화가와 평론가 등 미술계에 충격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에서 범행이 악의적이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공판 과정에서 현대미술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봤다”며 “조씨가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는 태도가 양형 참작에 반영돼야 한다”며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한편 조씨 측 변호인은 “언론을 통해 조수들과 함께 작업하는 모습이 공개됐고, 조씨가 회화 표현 능력이 없어 조수를 활용한게 아니다”라며 “조수들은 조씨 요구에 따라 밑그림만 그렸지 독창적 창작을 하지 않았다. 작업 당시 조수가 그려온 그림에 선을 추가하고 색이나 배경을 변경하는 나름 고심이 들어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원심 판결대로라면 해외 유명작가들도, 앤디워홀도 살아있었다면 모두 사기죄였을 것”이라며 “이 판결이 확정되면 모든 작가들과 조수들이 밑그림을 표시하는 등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조수를 사용했다고 해서 친작보다 가치가 낮거나 가격이 하락하지 않고, 구매자 입장에서도 손해발생의 위험이 생기지 않는다”이라고 덧붙였다.
조씨 역시 최후진술을 통해 “대중음악을 추구하면서 자연스럽게 팝아트를 접했고 당연히 조수를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조수 쓴 사실을 전혀 숨기지 않았고 숨길 이유도 없었다. 숨길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활 필요한 돈을 벌고 있었는데 조수를 동원해 미술품 팔아 돈 벌 이유가 없었다”며 “미술 자체가 인생이었고, 조수가 비행기 표 살 돈이 없다고 해 표를 만들어주려고 집에 데리고와 조수하라고 했고 4년간 그 관계가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조씨의 선고기일은 다음달 17일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다.
그림 대작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조영남 씨가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