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이 구형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 심리로 열린 20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의 모습이 없다”며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1심이 무죄로 판단한 현대자동차 플레이그라운드 광고 계약 개입과 관련해, "청와대 안가 단독면담 직후 이뤄진 것으로 직권남용죄가 성립된다”고 유죄를 주장했다. 또 “KT와 하나은행 인사 개입 등에도 박 전 대통령이 영향력을 미쳐왔다는 점이 일반적 직무 권한 범위에 속했다”며 유죄를 강조했다.
이어 “삼성이 정유라를 위해 승마훈련을 지원한 것은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과 정씨 진술 등으로 인정된다"면서 "세 달 만에 32억짜리 명마 3마리를 받아내고도 빌려탔다는 박 전 대통령과 최최순실 주장은 국민과 재판부를 기만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삼성으로부터 승계 작업 및 제일모직 합병 등 명시적, 묵시적 청탁을 받았고, 롯데 등 그룹총수로부터 사업 자금 지원을 요구했다"면서 "현안에 대한 기업 지원이 대가관계에 있다고 명시하지 않았다고 해도 상식과 경험치에서 명시적 청탁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끝으로 “박 전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최씨와 자신을 위해 남용했고, 기업 총수들과 현안을 해결함으로써 정경유착을 보였다. 대통령과 정부기조에 비판적인지를 기준으로 문화예술인들을 편갈랐고 창작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자신의 잘못을 한 순간도 인정하지 않고 남의 탓을 했고, 헌법과 법률에 따른 사법절차를 부정하고 있어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중형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이에 국선변호인들은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탄핵 결정으로 대통령직이 파면됐고 구속을 앞둔 당시에도 문화 체육 분야 정책 투자가 위축될까 걱정했고, 자신 주변을 제대로 살피거나 관리하지 못한 불찰을 국민에게 사죄했다”며 “국가 공익을 위한 많은 정책들이 수많은 의혹에 휩싸여 부정한 것으로 인식되는 게 안타깝다. 출처 알 수 없고 진실 여부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매장되고 있는데 사실심 마지막에서 이런 점을 신중하게 판단해달라”고 밝혔다.
또 박 전 대통령의 기업 총수들과의 면담에 대해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이 정황증거로 사용됐는데,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간의 대화를 기재한 부분에서 어떤 게 박 전 대통령이 말한 것인지 구별할 수 없고, 증거 인정해도 알아보기 힘든 필체라 어떤 내용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안 전 수석 역시 대화 당시 누가 한 말인지 기억 못하고 구별할 수 있는 기준도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8월24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592억 뇌물’ 관련 7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