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삼성전자와 중국 샤오미가 인도 시장을 놓고 '용호상박' 승부를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6년 만에 1위 자리를 샤오미에 내준 이후 2분기 0.2%포인트로 격차를 좁히며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인도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1억3780만대 수준인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오는 2022년 2억540만대로 2배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상전자와 샤오미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22일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Canalys)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990만대를 출하해 점유율 30.2%를 기록했다. 샤오미는 같은 기간 30.4% 점유율을 차지했다. 샤오미는 전년 동기 대비 106% 출하량을 늘려 1위 자리를 지켰고, 삼성전자도 47% 증가해 샤오미를 바짝 쫓았다. 품목별로는 샤오미 레드미5A가 330만대를 출하해 출하량이 가장 많은 모델로 꼽혔다. 삼성전자의 인기모델은 갤럭시J2프로로 230만대가 출하됐다.
부동의 1위였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샤오미에 1위를 내주기 시작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와 샤오미의 점유율은 각각 25%와 27%였다. 삼성전자가 올 1분기 25%의 점유율로 방어했으나 샤오미가31%로 점유율을 늘리며 양사 격차가 더 벌어진 바 있다.
샤오미가 인도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비결로는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꼽힌다. 아직 소득 수준이 낮은 인도 소비자들이 고가의 프리미엄폰보다 20만원 미만의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점을 노려 중국에서처럼 다양한 기능을 갖춘 저렴한 제품으로 공략에 나선 것이다. 온라인 온리(online only) 정책을 버리고 오프라인 매장 확대에 나서 소비자와 접점도 넓혔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맞불 작전을 펼치며 2분기 샤오미와의 격차를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지난 4월에는 갤럭시J7듀오를, 5월에는 갤럭시J6, J8, A6, A6플러스 등 신제품 4종을 동시에 출격했다. 이달에는 1만4490루피(약 23만5000원) 가격의 갤럭시온6도 출시했다. 격달에 한 번꼴로 신제품을 출시하며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투아난 응우옌 카날리스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반격에 나섰다"며 "샤오미를 겨냥한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2분기 점유율은 소비자 손에 들어간 판매량이 아닌 제조업체가 유통채널에 공급한 출하량 기준이기 때문에 정확한 1위를 가리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럼에도 양사가 공격적으로 출하량 확대에 나서는 것은 인도 시장 1위 차지를 위한 전략적 차원으로 풀이된다. 인도 시장 성장성을 감안, 1위 자리를 놓고 양사의 혈투가 더 공격적으로 변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인도 시장에 대해 제품 포트폴리오부터 현지 유통전략, 거래선과의 관계 등을 오랫동안 구축하는 등 공들인 시장임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4분기 1위 시장을 놓친 것에 대해서는 "일시적 현상"임을 누차 말하며 공격적 대응을 예고해 왔다. 삼성전자는 노이다 신공장 준공을 통해 월 스마트폰 생산량 1억대를 목전에 둔 상황이다. 현지 특화 제품 생산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지난 4년간 중국에서 300여개 회사에 40억달러를 투자했던 것처럼 향후 5년간 인도 스타트업 100곳에도 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인도에서 샤오미 생태계를 구축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급성장하고 있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샤오미 외에 다른 업체들은 큰 활약을 못하고 있다. 전세계 점유율 2위인 애플은 2분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50% 감소했다. 상반기 아이폰 판매량은 100만대도 못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비보와 오포의 2분기 점유율은 각각 11%, 10%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스마트폰 수입 관세가 20%에 달하는 등 지역적 특이성 때문에 다수의 업체가 난립하기보다는 삼성전자와 샤오미의 대결로 굳어지는 모습"이라며 "3분기가 양사의 1위 자리를 가를 가늠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