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남북경협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어가 있는 가운데 벤처기업협회(회장 안건준)가 비무장지대 안에 혁신벤처클러스터를 조성하는 획기적인 경협안을 마련, 하반기에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개성공단 등 기존 남북경제협력 모델과는 별도로 첨단제조업·IT 위주의 혁신벤처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남북 경협을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경제성장에 기여하겠다는 복안이다.
2003년 6월 개성공단 1단계(330만㎡) 개발 이후 개성공단은 남북경협의 상징과도 같았다. 하지만 천안함사태, 연평도 포격 등으로 남북경협은 제자리를 걷거나 후퇴했다. 2016년 2월 박근혜 정권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선언 이후 2년6개월째 가동이 멈췄다. 120여곳의 기업이 입주해있던 개성공단은 패션·섬유가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경공업 위주의 모델이었다. 월 20만원 수준의 임금으로 값싼 북한 노동력을 남한 중소기업이 활용하는 전통적인 경협이었다.
벤처기업협회는 개성공단처럼 경공업 중심의 모델을 존중하면서도 또다른 제3의 경협 모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따라 개성공단 모델이 남북경협의 중심으로 자리잡는 동안에도 벤처기업들은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모색해왔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은 2001년 북한의 초청을 받아 평양 인민대학습당에서 북한 IT전문가 500명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2005~2007년 벤처기업협회장을 지낸 그는 2006년에는 북한에 IT서적 3만권을 보내는 등 북한 내 IT 인프라 조성에 애써왔다.
벤처기업협회는 최근 4·27 남북정상회담, 6·12 북미정상회담 등 남북 화해무드 속에 그 어느때보다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지금이 첨단산업 위주의 제3의 경협모델이 필요한 때라고 보고 있다. 이에따라 DMZ 내에 비자·세금·규제가 면제되는 글로벌 산업단지 조성을 골자로 하는 혁신벤처클러스터 조성안을 세밀하게 다듬고 있다. 하반기, 늦어도 연내에 정부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기획재정부가 남북경협과 관련해 업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져 기재부에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
벤처업계에서는 비무장지대에 혁신벤처클러스터가 실현된다면 이같이 단발에 그쳤던 벤처기업계의 경제협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우수한 인력을 보유한 북한의 첨단·IT 노동력을 인력난에 시달리는 국내 벤처기업이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내세운다. 벤처스타트업계의 한 관계자는 "벤처기업협회의 DMZ 혁신벤처클러스터가 현실화된다면 정부가 개성공단 모델 외에 또 하나의 경협 모델을 손에 쥐게 되는 것"이라며 "북한의 고급 인력을 활용해 남북한의 경제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 윈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벤처기업협회는 아울러 남북경협이 범부처 협력으로 이뤄져야한다는 입장이다. 주무부처인 통일부에 그치지 않고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부처까지 포함하는 범부처 차원의 협력이 이뤄져야 북한의 IT 고급인력들을 활용해 남북한 경제에 도움이 되고 미래산업을 성장시키는 쪽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벤처기업협회는 DMZ(비무장지대)에 규제, 세금, 비자 면제를 골자로하는 혁신벤처클러스터 조성은 개성공단 이외의 남북경협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DMZ전체 면적(907㎢)은 제주도의 절반가량이다. 사진은 DMZ서 바라본 북한 기정동 마을.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