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소상공인은 카드수수료 부담을 0%로 덜어주는 '제로페이'의 실효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카드수수료 부담을 경감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감과 동시에 "카드에 익숙한 소비자가 얼마나 동참할지 의문"이라는 우려도 나타냈다.
25일 서울시가 발표한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제로 결제서비스(제로페이)'는 결제 과정에서 카드사, 밴(VAN)사, PG사를 거치지 않아 수수료를 0%대로 낮출 수 있다는 게 골자다. QR코드를 도입해 구매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이체되는 직거래 결제 방식이다. 국내 11개 은행, 5개 민간 결제플랫폼사업자, 7개 판매자·소비자단체들이 참여한다.
소상공인은 카드수수료 부담이 크다며 요율 인하를 요구해왔다. 주요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카드수수료는 영업이익의 30% 이상으로 알려져있다. 실제, 서울시가 조사한 제빵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 매출액에 약 6850만원에서 영업이익이 약 2300만원이다. 이중 카드수수료는 약 1200만원으로 영업이익 대비 52%에 달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카드수수료를 왜 자영업자가 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150만원을 버는 사람이 카드수수료로 30만~40만원을 떼이는 상황이다. 카드수수료가 없어지면 자영업자는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새로운 결제 수단인 수수료 부담제는 결제서비스(제로페이)가 소상공인 부담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간편결제의 좋은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며, 소상공인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소비자 참여율이다.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가 내려간다고 해도 소비자가 앱을 사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국내 결제서비스에서 신용카드가 54.8%, 체크·직불카드가 16.2%를 차지한다. 간편페이는 10%도 되지 않는다.
서울시는 40%의 소득공제율을 소비자 인센티브로 제시했다. 신용카드(15%)와 체크카드(30%)보다 소득공제율이 높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회장은 "정부에서 소득공제나 세제 혜택을 주면 소비자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신 기능을 강화하고 소상공인도 적극 유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상공인 업계에선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소상공인 업계 관계자는 "카드 사용이 익숙한 소비자들이 일일이 앱을 깔아서 은행과 연동해야 하기 때문에 제로페이 사용을 꺼릴 수 있다"며 "체크카드 개념이어서 여신·신용 거래를 하려면 다시 신용카드를 꺼내야 하고, 통장에 지불 금액이 없으면 거래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40%의 소득공제가 소비자에게 익숙한 결제 방식을 바꿀 유인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제로 결제서비스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박남춘 인천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