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최저임금 인상 및 노동시간 단축 후폭풍과 관련해 “구조적 개혁은 참 힘들다”며 “그래도 시간이 지나서 그것이 정착이 되면 우리 전체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청 인근 한 호프집에서 일반 시민들과 만나 “과거 주5일 근무제 했을 때 기업이 감당할 수 있겠냐 호소했지만 그런 어려움들을 딛고 결국은 우리 사회에 다 도움이 되지 않았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 가지 개혁과제를 추진하고, 그게 안착이 되면 또 다른 개혁과제가 생기는 단계로 밟아가면 좋은데, 계획이란 것이 그렇게 되지 않고 동시다발로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도 있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특히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을 언급하고 “다 연결되는 것”이라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고용시장에 들어와 있는 노동자에게는 도움이 되는데 당장 영세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이 줄어드는 현상이 생겼다. 그 와중 경계선상에 있던 종사자들은 고용시장에 밀려나 오히려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여러 제도와 대책들, 카드 수수료나 가맹점 수수료 문제, 상가 임대료 문제가 함께 강구돼야 한다”며 “노동자들에게도 일자리안정자금뿐만 아니라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는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책이 쭉 연결되면 그나마 개혁을 감당하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주도해서 할 수 있는 과제들은 속도 있게 할 수 있지만 국회 입법을 펼쳐야 하는 과제들은 시간차가 나 늦어지는 것”이라면서 “자영업 문제나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는 분 등 여러 문제에 대해 굉장히 무겁게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적극 보완해 나갈 거고, 국회에서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과 일자리 문제 등 경제현안에 대한 국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마련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초 퇴근길에 가볍게 시민들과 만나는 행사를 갖자고 해서 이번 행사가 잡혔다”며 “참모진은 가벼운 행사로 생각했는데, 문 대통령이 ‘가볍게 하지 말고 현재 경제 문제와 관련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 취업 문제, 자영업자, 최저임금 문제, 이런 분들과 같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해서 컨셉이 크게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호프타임에는 30여명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당초 참석자들은 정부부처 관계자들과의 정책간담회로 알고 참석했지만, 행사 시작 직전에서야 문 대통령의 참석을 알게 됐다. 이 자리에서 청년구직자와 10년차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은 구직활동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편의점 점주는 가맹본부의 지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고, 식당주인은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이 크게 어려워졌다고 했다. 도시락 업체 대표는 일손구하기 어려움과 직장인들의 야근이 줄어들면서 저녁 도시락 매출이 급감한 현실을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고개를 끄덕이고 응원했다.
이날 행사가 열린 호프집은 대통령 참석 행사가 진행 중임에도 별도의 출입통제나 장막으로 가리지 않고 일반손님들을 받았다. 퇴근하던 광화문 직장인들이 가게 밖에서 문 대통령을 알아보고 앞다퉈 사진을 찍었고, 가게 안에 들어온 일부 시민들은 대통령과 합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호프집을 방문해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 일환으로 참석자들과 맥주를 마시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