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도 '미래 투자'…정의선의 성장 방정식

경영 전면 나선 이후 과거보다 높은 수준 집행

입력 : 2018-08-12 오후 1:03:28
[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현대차그룹 주요 자동차 계열사인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가 어려운 경영 환경속에서도 공격적인 국내 투자를 지속한다. 지난 2016년부터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과거보다 높은 수준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1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2조4997억원의 국내 투자비를 집행한다. 이는 지난해(2조5365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또 기아차는 1조2418억원, 모비스는 577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9%, 43.1% 늘린다.
 
수소전기차 '넥쏘'를 소개하는 정의선 부회장(사진 우측). 사진/뉴시스
 
아울러 10조원 규모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부지 매입비용을 분담했던 2015년을 제외하고 보면, 정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3년간(2016~2018년) 이 회사들의 투자비가 과거 3년(2012~2014년) 대비 12.2% 증가한다. 회사별로는 현대차(7조412억원)가 15.6%, 기아차(3조3889억원)가 11.7% 높고 모비스(1조5651억원)는 비슷한 수준이다.
 
경영 여건은 좋지 않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가계부채 증가, 금리 인상 기조,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경유 승용차 배출가스 기준 강화 등으로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다. 수출도 아직 남아 있는 중국 사드 보복 여파와 미국발 보호무역 강화기조 등 부담요인이 많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달러화 대비 원화 강세와 주요 신흥국 통화 약세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1.1% 감소한 47조148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7.1% 줄어든 1조6321억원, 순이익은 33.5% 적은 1조5424억원에 그쳤다. 기아차 역시 상반기 매출액이 26조62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영업이익은 16.3% 감소한 6582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7638억원으로 33.9% 줄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완성차 및 부품사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지속가능 성장 기반을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올해 초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향후 5년간 차량 전동화, 스마트카, 로봇·인공지능, 미래 에너지, 스타트업 육성 등 미래 사업에 2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 38종을 보유한다는 계획이다. 2021년에는 자율주행차 시범 운영에도 나선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정 부회장은 미래차 사업 준비를 위한 기업 인수합병(M&A)와 협업체계 구축 행보도 활발하다. 해외 선진업체들과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M&A와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기술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게 그의 경영 철학이다. 정 부회장은 과거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R&D) 기조였던 '순혈주의' 대신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IT 기반 물류 서비스 업체인 메쉬코리아에 225억원을 투자해 자율주행차 및 커넥티드카 기술을 활용한 무인 배달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한편, 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내세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꺼내들었던 것도 미래 사업 준비를 위한 포석이다.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 체제 내 자회사 등이 공동 투자해 타기업 인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에 지주회사가 아닌 지배회사 체제를 선택한 것이다. 정 부회장은 올해 3월 국내 오픈 이노베이션센터인 '제로원' 오픈식에서 모비스를 통해 전장사업 분야 4~5개 기업을 대상으로 전략적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하반기에 수 건의 M&A 발표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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