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대북 제재를 빨리 풀어주고 싶다”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핵을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임박한 가운데 북한의 선 비핵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당근을 제시하며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웨스트버지니아주 찰스턴에서 열린 집회에서 “지난 3개월 동안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북) 제재를 풀지는 않았다”며 “그들이 먼저 핵을 제거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앞서 미 재무부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러시아 해운업체 2곳과 선박 6척을 추가로 독자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제재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재무부 발표 이후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전략을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과거 ‘로켓맨’으로 불렀던 사실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면서도 “그를 모욕할 수 있는 발언이기 때문에 또 말하진 않겠다”며 자극을 삼가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과의 케미스트리(궁합)가 매우 좋다”는 말도 반복했다.
이와 관련 북 노동신문은 23일자 1면 기사에서 세계 각국의 언론이 김 위원장을 ‘자신감을 가지고 국제정치 정세를 주도해나가는 정치가’ 등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이은 남북·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마련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내세우는 한편 향후 관련 노력을 지속할 것임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북미 간에 경제제재 완화와 종전선언, 김 위원장의 9월 뉴욕 방문·유엔총회 연설 등이 어느 정도 합의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고 존 A.채프먼 공군 하사에 대한 명예훈장을 부인 발레리 네슬 여사에게 전달한 후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