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이진성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정부가 재정을 가장 확장적으로 운용하기로 한 데는 최근 일자리, 양극화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향후 5년간 초과세수가 60조원 이상 더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세입 여건이 양호한 만큼 나랏돈을 풀어 선제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은 470조5000억원으로 총지출 증가율은 9.7%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직후인 2009년 10.6% 증가율을 보인 이후 가장 높다. 당시 금융위기 대응 차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09년을 제외하면 2000년 11.9% 증가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올해부터 5년간 정부의 예산 증가율도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확장적 재정지출 기조를 반영해 총지출 증가율을 상향조정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2020년에는 예산이 500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다행히 '슈퍼예산'에 따른 재정부담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재정지출이 크게 늘어나지만 세수여건이 양호해 재정수지나 국가채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구윤철 기재부 예산실장은 "예산을 늘렸지만 내년 국가채무 비율은 오히려 낮아진다"며 "세입여건이 좋아져 확장재정을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처럼 예산 총지출을 크게 확대한데는 일자리 문제와 소득분배 악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작년 15~64세 생산연령인구도 처음 줄어들었다. 가계소득 양극화는 더 심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은 올 들어 두 분기 연속 줄어든 반면 고소득층의 소득은 크게 늘었다. 소득양극화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소득 5분위 배율 또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나빴다. 고령화와 경기침체에 따른 고용부진이 저소득층의 살림살이를 팍팍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소득분배 악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나 내수 부진을 방지하고, 경제 선순환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을 촘촘하게 해 취약계층 자활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같은 점을 고려해 복지분야 예산을 올해보다 17조6000억원 늘린 162조2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총지출 대비 비율로는 34.5%로 전체 예산의 3분의 1이 넘는다. 한부모가족과 보호종료 아동 등 소외계층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기초연금과 아동수당을 크게 증액한 것이다.
일자리예산도 사상 최대치로 편성했다. 최근 취업자 수 증가 폭이 크게 축소되고 청년 실업도 높은 수준이 지속되는 등 고용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고려했다. 내년엔 청년 취업 뿐 아니라 50~60대 신중년 일자리에 대한 지원사업을 처음으로 신설했다. 취업 취약계층인 경력단절여성, 노인, 장애인 등의 일자리 수를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예산의 양적 팽창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더 중요한 건 구조적 문제를 풀어가면서 재정투입이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생문제, 일자리, 분배에 어려움을 겪다보니까 예산을 일자리 고용, 분배에 많이 쏟아 넣겠다는 기조로 알고 있다"며 "그 방향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지금 나타난 문제의 배경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데 이에 대한 해결이 함께 이뤄져야 재정투입 효과가 높아 진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경제상황이 악화돼있기 때문에 경기 개선 노력 필요하고 전체적으로 사회복지 강화할 수요도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확장 재정은 필요하다"면서도 "재정 확장이 국민에게 체감돼야 하는데 과거를 보면 일자리가 확보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정책에 대한 보완작업이 아닌 추가적 재원으로 보완해야 하는 정책은 최소화하고, 현실도 고려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방향성을 가진 정책을 만들어 투자하는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확장적 재정정책은 단기적으로 경기가 좋아지는데 장기적으로 좋아질지 불확실하고 오히려 안 좋다는 지적도 있다"며 "다만 정부가 이런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아 효율적으로 집행되도록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종=김하늬·이진성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