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돼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징역 14년을 구형했다.
29일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 심리로 열린 신 회장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재판부에 "징역14년, 벌금 1000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신 회장은 롯데그룹 회장으로 롯데시네마 임대로 774억원에 대한 배임,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로 472억 배임 및 총수일가 509억 상당 급여 횡령을 전반적으로 주도했다”며 “그룹 책임자로 총수일가 내 범행을 적극적으로 막아 롯데그룹사 이익을 지킬 의무가 있음에도 가족들이 불법적인 이익을 취득할 수 있게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며 경영권을 공고히 했다”고 지적했다.
또 “아버지와 공모해 롯데쇼핑을 배신하고 총수일가 편에 섰다. 재판부가 엄중히 책임물어 기업 알짜배기 영업부분을 총수일가가 빼먹는 행위 막아야 한다”며 “다른 재벌사건과 달리 간접증거가 아닌 직접 증거와 진술이 많은 상황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형을 선고받아 정의롭지 않은 결과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사, 소상공인이나 노숙자 등 국민 모두에게 적용돼야 할 형사법이 대한민국 재벌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 법정에서의 정의”라고 덧붙였다.
신 회장 측은 “시네마 매점 임대 부분은 기업 윤리적으로 볼 때 부적절하다고 인정하지만 신 회장이 이득을 본 게 없다”며 “2007년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은 이 행위에 대해 위법하지 않다고 해석해 이에 따라 행동했는데 10년이 지나서 국가가 법률해석을 바꿨다. 과거 국가기관 판단대로 행동했는데 소급해 형사책임을 묻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정책적 필요에 따라 기업이 공익적 사업에 지원해 왔던게 우리나라 현실이고 이는 변하기 힘들다”면서 “당시 대통령 요청에 따라 롯데 말고 여러 기업이 지원했는데 그 중 뇌물이 아니라며 기소되지 않은 기업이 롯데와 아무 차이가 없는데 롯데만 뇌물 혐의가 있다는 결론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지원을 했는데 결과는 법정구속이었고 (사드부지 제공으로) 중국사업고 철수했다”면서도 “재판부께서 제반 사정 살펴서 신 회장에게 공으로서 지난 과를 갚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줄였다.
신격호 명예회장 변호인도 ”이자리에서 본 것처럼 (신 명예회장이) 기업 현안을 보고 받을 수 있는 건강상태 아닌데도 세 시 반만 되면 그룹 보고 받아야 한다고 하고, 수시로 롯데 종업원 수 몇 명이냐고 항시 물어본다”며 “지금갖고 있는 주식 재산은 롯데계열사에 다 주고 간다는 분에게 회삿돈 횡령과 배임은 있을 수 없다”고 답했다.
신 명예회장에겐 징역 10년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겐 징역 5년이 각각 구형됐다. 신 회장의 친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징역 10년에 벌금 2200억원, 추징금 32억 3000여만원을 구형받았다. 신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에게는 징역 7년이 구형됐다. 이날 신 명예회장은 재판부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고 건강상 이유로 조기 퇴정했다.
신 회장은 형인 신 부회장 등 총수 일가에 500억여원의 부당급여를 지급하고, 신 이사장에게 롯데시네마 매점사업권을 부당하게 부여하는 한편 서씨가 운영하는 업체에도 일감을 몰아줘 그룹에 778억여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세금을 포탈한 혐의도 있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사업권 재승인 등 경영상 편의 청탁을 하기 위해 최순실씨가 설립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또 박 전 대통령 재직 당시 면세점사업권 재승인 등 경영 현안과 관련해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씨와 관련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낸 혐의도 받는다.
1심에서 법원은 두 사건을 분리해 심리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병합해 재판을 진행했다. 항소심 선고는 10월 초에 나올 예정이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