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투톱으로 하는 대북특별사절단이 2일 꾸려졌다. 특사는 정 실장이 맡았고, 서 원장을 비롯해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4명이 대표다. 지난 3월 대북특사단 명단과 동일하게 구성한 건 방북 목적의 효과적 달성과 대북협의 지속성을 고려한 조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대표단은 5일 아침 서해 직항로를 통해 방북하며 임무를 마친 뒤 당일 돌아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율할 의제가 많아 상황에 따라 1박2일로 방북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들 특사단의 주요 방북목적은 9월로 확정된 3차 남북 정상회담 일정 확정과 의제 논의다. 여기에 4·27 판문점 선언과 북미 정상 간 6·12 센토사 합의를 기반으로 한 연내 종전선언 체결,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정착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특사단이 북한에 이틀 간 머물렀던 것과 달리 이번에 당일 방북이 이뤄진데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차 방북 때와 달리 이번에는 서로 신뢰가 쌓여있고 서로 내용을 잘 알고 있다”며 “당일 방북만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청와대의 설명과 달리 대북 특별사절단의 어깨는 무겁다. 3차 남북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는 것은 물론 최근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관계 개선의 실마리까지 찾아야 하는 책무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 준비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잘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해왔지만 수면 위로 드러나는 움직임은 딱히 없는 상태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만남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컸던 4월27일 1차 회담, 불시에 이뤄져 중간다리 성격이 강했던 5월26일 2차 회담과 달리 이번 3차 회담에서는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비핵화 문제를 놓고 어느 정도는 의견접근을 이뤄야 하는 과제가 놓여있다.
추가 북미 정상회담 여부를 놓고 미국의 반응이 신통치 않은 가운데 북한 입장에서도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번 대북특사 파견은 ‘현 시점에서 필요하다’는 남북 모두의 판단 하에 결정됐다.
특사단의 김 위원장 면담 여부는 성공적인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질지,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북한이 어느 정도 기대를 거는지 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특사단이 김 위원장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청와대는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모두발언 후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