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소비자가 항공사 제휴 신용카드로 쌓은 마일리지를 항공사 이용에 썼다면 이는 에누리가 아닌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에 해당하고 세정당국의 항공사에 대한 세금 납부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2년 전 카드 포인트와 할인쿠폰 등은 부가세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지만, 이번 사안과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성용)는
아시아나항공(020560)이 서울 강서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75억원대 부가세 부과처분 등 취소청구소송에서 지난 7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신용카드사·은행과 업무제휴를 맺고 고객이 카드 사용실적 등에 따라 적립한 아시아나클럽 마일리지(제휴 마일리지)를 항공권 구매·라운지 이용 등에 사용하면 그 사용액만큼 제휴 마일리지를 차감하는 제도를 운용하면서 차감한 제휴 마일리지에 상당하는 사용금액을 부가세 과세표준에 포함해 신고·납부했다.
지난 2016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롯데쇼핑·롯데역사가 세정당국을 상대로 낸 부가세 경정거부처분 취소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고객이 카드 포인트나 상품권을 사용해 물건을 샀으면 그 포인트 사용액은 부가세 과세표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또 그해 6월 대법원은 "소비자가 인터넷 오픈마켓·홈쇼핑에서 할인쿠폰을 이용해 물품을 샀을 때 인터넷 오픈마켓·홈쇼핑 업체가 판매업체로부터 받을 수수료를 할인액만큼 깎아줬다면 이 금액은 과세 대상이 아닌 에누리액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자신들의 제휴 마일리지 사용액 부분도 과세표준에 포함되지 않은 에누리액이라며 2011년 제2기 ~ 2016년 제1기, 2016년 제2기 ~ 2017년 제1기에 신고·납부한 부가세를 환급해 달라고 경정청구했다. 강서세무서는 전합 판결 사안과 유사하다고 보고 2011년 제2기 ~ 2016년 제1기 부가세에 대해 환급 결정했다.
하지만 이후 세정당국은 아시아나항공 제휴 마일리지 제도는 1차·2차 거래 공급자가 다르고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고객이 사용한 제휴 마일리지 사용액만큼 제휴사로부터 금전 보전을 받고 있어 전합 판결 사안과 거래구조가 다르다며 지난해 7월5일 부과제척기간이 도과된 2011년 제2기 부가세 부분을 제외하고 2012년 1기 ~ 2016년 1기 부가세 합계 약 67억6000만원을 경정·고지하고 다음 달에는 2016년 제2기 ~ 2017년 제1기 부가세 합계 약 8억3500만원에 대해 경정거부처분을 내렸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8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으나 올해 3월 기각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2차 거래에서 사용된 제휴 마일리지는 2차 거래와 '대가관계'에 있는 '금전적 가치 있는 것'에 해당하므로 이번처럼 2차 거래에서의 마일리지 사용액은 아시아나항공이 받은 대가로서 공급가액에 포함돼야 하고 에누리액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제휴 마일리지 제도는 제휴사가 고객 사이에 거래실적에 따라 제휴 마일리지를 적립해주겠다는 약정 이행하기 위해 고객 실적을 아시아나항공에 통보해 그 거래실적에 상응하는 제휴 마일리지를 적립시키고 고객 사용 여부를 불문하고 미리 적립된 제휴 마일리지 상당 금액을 아시아나항공에 지급하는데 아시아나항공은 재화 또는 용역 대가 전부 또는 일부를 제휴 마일리지로 받고 이를 차감하는 방식"이라며 "거래 내용과 형태를 실질적으로 보면 제휴 마일리지 사용액은 지급 과정이 우회적이라도 제휴사가 자기 부담으로 고객을 대신해 아시아나항공이 제공하는 재화 또는 용역의 대가로서 아시아나에 지급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아시아나가 주장 근거로 내세운 오픈마켓·홈쇼핑 업체와 관련한 대법 선례에 대해 "오픈마켓·홈쇼핑 업체와 판매업체 간 공제금은 오픈마켓·홈쇼핑 업체와 판매업체 사이에 별도 서비스 내지 위탁판매용역 거래와 관련 있을 뿐 오픈마켓·홈쇼핑 업체의 고객에 대한 재화 공급과 대가관계가 있다고 어려운 사안"이라며 "제휴사와 아시아나항공 사이의 마일리지 적립에 따른 자동적인 정산금 지급에 관한 업무제휴계약이 고객에 대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 대가를 선지급하는 것에 불과해 별도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라고 할 만한 거래가 존재하지 않은 이번 사건에 직접 원용할 수 있는 선례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사 사건을 다룬 롯데쇼핑·롯데역사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례에 대해서도 "다른 공급자가 지급하는 정산금이 결국 다른 공급자 자신의 1차 거래에서 공급 대가로 받았던 금전 일부여서, 이를 다시 2차 거래 공급가액에 포함하게 되면 공급자들 전체를 놓고 볼 때 실제로 받은 금전보다 공급가액 합계액이 더 커지게 돼 오히려 실질과세원칙상 부당한 결과가 되는 전합 판결 사안은 제3자 적립마일리지 사용액에 대해 제3자로부터 무조건 보전받는 이번 사건과 다르므로 대법원 판결 취지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